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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 CEO 크레이크 젤리넥, 미국 취업정보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사내 직원들이 평가한 CEO 리더십’(Highest Rated CEOs)에서 2014년도 5위를 차지했다. |
코스트코가 한국 유통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의 제품 퇴출하는 조처를 밟고 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말 회장의 청부폭력, 직원 부당해고 등 부도덕한 경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피죤에 최근 공문을 보내 소명을 요구했다.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납품계약이 이달 중으로 마감되고 새로 계약을 하는 시점에서 진행된 조처다.
코스트코 미국 본사 방침에 따라 피죤은 코스트코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본사는 비도덕적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방침을 정할 정도로 납품업체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제품 밀어내기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냠양유업의 제품도 얼마 전 코스트코에서 소리없이 사라졌다. 남양유업이 가격인상을 한 탓도 있지만 제품 밀어내기 논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의 이런 패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코스트코는 세계 1위인 월마트, 2위인 까르푸조차 뚫지 못한 한국 시장에서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1994년 한국 진출 이래 18년 만인 2011년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코스트코 양재점은 전 세계 600점이 넘는 코스트코 매장 중에 매출 1위다. 한 달 평균 매출이 13억 원 이상이다. 설대목 때 20억 원을 돌파한다.
코스트코의 인기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지역구를 놓고 후보자들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 그런데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코스트코 유치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옮길 것을 주문했다. 지역 상권 침해 때문에 상인 등은 반대하지만 그곳에서 코스트코 유치를 공언하면 지역주민들은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만큼 코스트코가 인기가 높다는 얘기다.
코스트코의 이런 성공은 좋은 품질을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창고형 매장 운영이 비결이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인 CNBC도 한 프로그램에서 코스트코의 성공비결을 놓고 “미국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을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코스트코는 매장에 진열해놓는 물건의 가짓수는 적지만 검증된 물건만을 들여다 놓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팔되 싸게 판다. 코스트코의 마진은 15%로 다른 할인매장의 25%, 백화점의 35%에 비교해 낮다. 이 낮은 마진을 회원제 가입비로 충당한다. 연회비는 개인고객 기준 3만5천 원이다. 연회비를 받는 대신 100% 환불을 보장한다.
코스트코의 창고형 매장에 자체 브랜드인 커클랜드 시그니춰(Kirkland Signature) 제품을 비롯해 티쏘(TISSOT), 불가리 향수, 몽블랑 만년필 등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고급 브랜드도 제공한다.
또 친절하지 않은 쇼핑 동선으로 소비자들이 매장 복도를 헤매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복도마다 표지판이 없어 매장 곳곳을 둘러보게 하는 수고로움을 주지만, 중간중간에 ‘보물’이라는파격 세일제품을 배치해 쇼핑의 즐거움도 준다. 이런 코스트코 매장의 특징은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다.
코스트코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좋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동종 업계 최고의 임금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인건비가 회사 전체 운영비의 70%를 차지한다. 2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회사 내부의 특별한 승인없이 해고할 수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코스트코의 사내 복지를 비난하면서 “코스트코는 주주가 되기보다 직원이 되는 게 더 좋은 회사”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서 코스트코의 주가 상승률은 경쟁사인 월마트보다 언제나 높았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110명을 채용하는 코스트코 의정부점에 3322명의 구직자가 지원해 5일에 걸쳐 면접을 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스트코는 학력, 연령 제한 없이 주 5일 25~40시간 근무에 시급 8720원에 단계별 급여인상, 승진기회 부여, 정규직 전환 등 다른 유통업체 보다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했다. 다른 유통업체의 시급은 5500원 선이고 무기계약직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