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이 2019년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올리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상반기 가격협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5월 안에 하반기 협상에 들어가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준의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 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왼쪽),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
9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5개월 넘게 이어온 조선사들과의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협상은 가격 동결로 끝날 공산이 크다.
두 회사 관계자는 모두 “상반기 후판 가격협상이 아직 최종 협상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곧 하반기 가격협상이 시작되는 만큼 상반기에 가격을 동결한 뒤 하반기 인상하는 쪽으로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5월 중순부터 철강사와 조선사의 하반기 후판 가격협상이 시작된다. 하반기 협상을 준비하기 위해 가격 동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하반기 가격협상에서는 후판 가격을 어느 정도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은 상반기 협상에서 중국산 후판 수입을 늘리겠다는 말까지 하며 가격 인상을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하반기에는 한 발 물러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일 열렸던 2019년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철광석 가격을 봤을 때 올해 하반기에는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판은 2008년 톤당 110만 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2018년에는 가격이 60만 원가량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톤당 5만 원씩 인상한 가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조선업계의 불황에 따른 고통을 충분히 분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조선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또다시 동결을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두 회사의 기대섞인 관측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충분하게’ 인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철광석 가격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후판 가격을 대폭 올리기에는 명분이 다소 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해로 타격을 입었던 광산들은 4월 말부터 생산을 재개했고 다른 광산회사들은 가격 급등의 수혜를 보기 위해 공급을 늘리고 있다. 철강시장 조사기관 마이스틸(Mysteel)에 따르면 브라질과 호주의 지난주 철광석 수출량은 직전 주보다 18% 증가했다.
철광석 공급이 회복세를 보이자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는 하반기 철광석 가격이 톤당 75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평년 수준의 가격대다.
포스코는 후판이 별도기준 매출의 15~20%가량을 차지해 사업 비중이 작지 않다. 현대제철은 주요 고객사인 현대·기아차가 원가 절감전략을 펴고 있어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만큼 후판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
두 회사는 모두 철강사업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상반기에 후판 가격 인상에 힘을 쏟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 추세대로 후판 가격이 동결된다면 이는 두 회사가 상반기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조선사와 나누지 않고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두 회사의 2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포스코(별도기준)와 현대제철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018년 2분기보다 각각 10.6%, 24.5%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상반기 후판 가격협상에서 톤당 2만~3만 원의 가격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증권가 예상이 반영된 전망이다. 상반기 후판 가격협상이 동결로 마무리된다는 것은 두 회사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못미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철광석 가격은 브라질과 호주의 광산회사들이 2월과 3월 잇따른 재해로 공급에 차질을 빚어 급등했다.
시장 조사기관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지난주(4월29일~5월3일) 철광석은 톤당 평균 95달러에 거래됐다. 통상 수준에서 거래되던 1년 전보다 가격이 30.2%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