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저가항공사 추진하는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지난 2월10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해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또다른 저가항공사 설립을 검토중이다. 에어부산의 지역적 약점을 극복하고 수도권 고객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저가항공사를 설립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그룹 회장이 에어부산 사장으로 있던 김 사장을 발탁한 카드가 통할지 주목된다.

9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김 사장이 김포·인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두 번째 저가항공 자회사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 취임 이후 내부에 경영합리화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저가항공사 설립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제2 저가항공사 설립 추진은 급속히 커진 저가항공 시장 점유율을 늘려 수익을 내려는 노력이다. 한국신용평가의 지난 1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기점 저가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53.7%에 이르렀다. 누적 승객 수도 5천만 명을 넘길 만큼 활황이다. 에어아시아·피치항공·싱가포르항공 등 외국 기업도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에어부산’을 통해 저가항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부산 지역 기업이 각각 46%와 54%로 지분을 나눈 자회사다. 2010년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제주항공, 진에어 등과 함께 ‘저가항공사 3강’으로 불리고 있다. 김 사장은 창립부터 지난해까지 에어부산 사장으로 일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 시장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이 에어부산에 이어 제2의 저가항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에어부산 사장으로 있을 당시에 절감한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산을 기점으로 운영 중인 에어부산은 지역적 한계 때문에 최근 국제선까지 확대하는 저가항공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이 낮아 완벽한 지배권을 확립하기도 힘들어 스피드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저가항공사인 진에어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제2 저가항공사를 설립한 뒤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부산과 제2저가항공사가 국내선과 중국·일본·동남아 등 단·중거리 노선을 담당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북미·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식이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장거리 노선에 경영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의 초대형 항공기 A380을 오는 5월 도입한다.

다만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제2 저가항공사가 단시간 내로 설립되기는 힘들 것으로 점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정상화 계획 때문에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지분 100%를 보유한 제2 저가항공사를 자회사로 만들려면 채권단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도 정부로부터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아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암초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저가항공사 설립은 이제 검토단계이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채권단 동의와 정부의 항공사 설립 허가가 나오면 그때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부산고와 서울대를 나와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2008년 3월 에어부산 사장을 맡았다. 에어부산 사장 당시 창립 3년만인 2010년 첫 영업이익을 기록해 줄곧 영업이익을 내는 등 큰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임명됐다. 또 지난 3월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각자대표가 됐다. 이런 중용은 김 사장이 에어부산에서 보여준 실적을 아시아나항공에서 보여달라는 박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