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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성동조선해양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수주해도 자금이 부족해 선박건조를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자금지원을 하려 하지만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반대가 완강하다.
국책은행으로서 책임감과 지역사회의 여론은 은행장에게 부담이다. 수출입은행 단독으로 긴급자금지원을 할 수 있지만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15일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에 단독으로 자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여전히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의 자금은 말라가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직원들은 월급의 절반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은행장이 결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국책은행으로서 책임감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이자 국책은행이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파산하면 협력업체의 줄도산과 경남 통영지역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소에 8500명의 직원이 있고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2만5천명이 일하고 있다"며 "다들 자식들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이 무너지면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이나 대형 조선업체들의 수주활동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해외 발주처에서 성동조선해양의 도산을 이유로 국내 조선사에게 수주를 맡기지 않거나 도산위험을 거론하며 수주과정에서 가격을 후려칠 가능성이 높다.
이 은행장이 성동조선해양 문제를 시장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지역사회 여론의 부담
경남 지역사회는 성동조선해양을 위기에서 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성동조선 노동자들은 2008년 말부터 희생과 고통을 참아내며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2만5천 명의 노동자와 통영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도 자금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성동조선해양 협력사협의회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5년 동안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상근 통영상공회의소 회장도 자필편지를 통해 “지역과 국가경제 발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이 정상가동할 수 있도록 배려와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주문했다.
경남도의회도 최근 본회의를 열어 '통영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 수출입은행 단독지원 가능성 있나
성동조선해양 자금지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76척의 수주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모두 4조5천억 원에 이른다.
성동조선해양은 2017년까지 일감을 수주했지만 돈이 없어 건조를 중단해야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이 많다고 해서 회생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6969억 원, 영업손실 3395억 원을 냈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2년 동안 수주를 아예 안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이 주로 건조하는 중소형 상선은 영업손실을 낼 수밖에 없는 대표적 저가수주 선박이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자금을 지원한다고 성동조선해양의 회생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입은행이 이들의 채권을 사야 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수출입은행이 그동안 성동조선해양에 빌려준 금액은 2조 원이 넘는다.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수출입은행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수출입은행이 2011년부터 보증을 서거나 대출을 해준 기업 가운데 102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전체 여신 1조3천억 원 가운데 4천억 원 정도만 회수가 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