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4월 국회에서 페이고(Pay-Go)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쏟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무상공약이 쏟아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야권은 예산편성권을 지니고 있는 행정부의 권한이 더 비대해지고 국회의 입법권한이 축소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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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
최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부채 규모가 최근 눈더미처럼 불어나는 등 국가재정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공짜 경쟁을 벌이고 재원조달 방안도 없는 법안들이 무분별하게 통과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위한 조치를 당장 취해나가야 한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페이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공짜 무상 공약이 향후 국민에게 어느 정도의 세금폭탄이 될 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며 “공직선거법 공약에서도 페이고 원칙을 규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이고(Pay-Go)란 'Pay as you go(번만큼 쓴다)'를 줄인 말로 법률을 제출할 때 해당 법 시행시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제출하거나 다른 의무지출을 줄이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의무지출은 정부 재정지출이 필요한 사항 중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령에 근거해 지출규모가 결정되는 지출이다. 지급기준이 정해져 실질적으로 축소가 어려운 경직성 지출을 말한다.
페이고 원칙이 도입되면 정부나 국회가 재정투입이 필요한 법률안을 함부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 미국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에 페이고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 의회 역시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은 페이고 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정치권이 재정에 부담을 주는 복지정책을 함부로 만들지 못하도록 막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부 입법의 경우 국가재정법에서 재원조달 방안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 입법에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재원조달 방법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선심성 복지 공약이 난무해 여러 차례 문제가 돼왔다.
지난 2월 의원입법시 비용추계서를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본 취지는 페이고 원칙과 동일하지만 한단계 완화된 법이다. 페이고는 비용추계서뿐 아니라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법안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때 통과된 개정안은 페이고 도입시 문제가 되는 의원의 입법활동 침해를 최소화한 것이지만 최 원내대표가 강조한 페이고 관련 법안은 비용상쇄방법, 비용 사전검토 등 더 강력한 조항들이 들어 있다.
야당은 여당의 페이고 원칙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페이고 원칙은 보육 및 교육, 청년, 노인 등 복지수요가 높아진 현실에서 야당의 복지법안 제출을 원천적으로 막고자 하는 반복지적 주장”이라며 “행정부가 입법부를 규제하려고 하는 것은 반의회적이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나는 사고”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예산편성권이 없고 정부가 예산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이 재정조달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아 입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페이고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현실에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페이고 제도는 의회의 재정 편성 권한만 제약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예산편성권 자체가 정부에 있어 도입시 국회의 재정 권한뿐 아니라 입법활동까지 제약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