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버스노조가 주 52시간제 적용을 앞두고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버스요금 인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요금 인상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기도가 나서서 버스요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재명, 서울 인천 거론하며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30일 경기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을 두고 이 지사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국의 234개 버스회사 노조는 29일 각 지역 노동청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7월1일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임금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노조는 합의가 결렬되면 5월8일 찬반투표를 거쳐 5월15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버스기사들의 근로시간이 제한되는 만큼 기사를 더 늘려야 하지만 버스업체들은 적자를 호소하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버스업계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현재 1만8천여 명인 경기도의 버스기사를 2만1천여 명으로 늘려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버스노조의 파업으로 버스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전국 버스요금 인상의 열쇠를 경기도가 쥐고 있다고 보고 이 지사를 찾아 경기도의 버스요금 인상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버스요금 인상에 경기도가 앞장서서 나선다면 나머지 지자체도 같이 버스요금을 올릴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 지사는 경기도가 먼저 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지사는 “경기도만 버스요금을 인상하면 경기도가 그 부담을 다 져야 한다”며 “환승할인 문제가 연결돼 있는 만큼 서울과 인천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택시요금이 오른 데 이어 버스요금마저 오른다면 경제적 어려움을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만큼 이 지사가 요금인상이라는 카드를 선뜻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버스요금이 오른다고 해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눈에 띄게 나아지기 쉽지 않다는 점도 버스요금 인상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요금 인상으로 발생하는 비난의 화살이 지자체장에게 몰리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버스요금 인상을 두고 서울시를 끌어들였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버스요금 인상 대열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경기도와 비교했을 때 버스기사 부족현상이 심각하지 않아 버스요금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서울시는 2004년 7월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며 운전기사 1일 2교대제가 일반화돼있어 경기도보다 근로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은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버스회사는 안정적 재정 확보를 통해 적자노선의 감차방지, 회사 경영조건 개선, 직원 처우 개선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기도는 현재 29개 시군 가운데 15곳만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7월 주 52시간 근무 전면 시행으로 버스업계에 혼란이 예상됨에 따라 이 지사는 우선 경기도 자체 재원으로 버스업계 지원방안을 마련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이 지사는 5월 추경예산에 시내·시외버스 고용장려금 지원을 위한 예산 103억5천만 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1일 2교대제 도입에 따른 신규 채용 운수종사자의 인건비를 소급해 지원한다.

300인 이상 버스업체에 채용 1명당 월 100만 원을 6월까지, 2020년 1월 적용되는 50~299인 미만 업체에는 월 120만 원을 12월까지, 2021년 7월 적용되는 50인 미만 업체에는 월 140만 원을 2020년 12월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이 지원만으로는 신규 버스기사 채용에 필요한 재원으로 충분하지 않아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