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왜건과 해치백이 외면받고 있다. 왜건과 해치백이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일색인 국내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용성을 위해 수납공간을 늘인 점이 오히려 ‘짐차’ 같은 느낌을 줘 국내 소비자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해치백과 왜건의 무덤인 이유  
▲ 현대차 i40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4월 i30과 i40을 480여 대밖에 팔지 못했다. 두 차종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합쳐 2천여 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비슷한 차급인 아반떼나 쏘나타가 한 달에 6천~7천 대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i30는 해치백, i40는 왜건 모델이다.

해치백은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을 없애 실용성을 높인 차량을 말한다. 왜건은 세단의 뒷 차체와 트렁크를 길게 늘려 공간 활용성을 높인 모델이다.

해치백의 지붕이 뒷좌석까지만 있는 데 비해 왜건은 지붕과 차체의 옆면 창문이 트렁크까지 뻗어 있다. 둘이 외형이 비슷하지만 왜건이 해치백보다 넓은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왜건의 무덤으로 불린다. 현대차가 출시한 왜건은 물론이고 수입차 왜건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수입차업계는 수입차시장에서 왜건이 차지하는 비중을 6~7%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기아차는 아예 국내에서 왜건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해치백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해치백시장은 폴크스바겐의 골프가 나홀로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 왜건과 해치백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로 외형이 꼽힌다.

실용성을 위해 수납공간을 늘인 점이 오히려 생계형 짐차라는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한 가족이 차 한 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과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있어 실용성이 떨어지더라도 세단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단에 비해 비싼 가격도 국내 소비자에게 걸림돌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해치백과 왜건의 무덤인 이유  
▲ 현대차 i30
현대차의 아반떼 투어링이나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스패건 등은 세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왜건이다. 하지만 기반이 되는 세단에 비해 가격이 비쌌다. 현대차가 현재 판매 중인 i40 역시 세단형보다 왜건이 100만 원 정도 비싸다.

최근 레저열풍이 불면서 왜건과 해치백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레저 열풍의 혜택은 고스란히 SUV가 차지하고 있다.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에서 레저용으로 SUV가 더 적합한 데다 해치백이나 왜건에 비해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왜건이나 해치백이 국내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왜건과 해치백은 국토가 넓은 미국이나 육로로 이웃나라에 갈 수 있는 유럽에서 짐을 싣고 여행을 갈 때 주로 이용되는 차다. 국내에서 장거리 여행이 많지 않은 데다 국내 배달문화가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굳이 많은 짐을 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