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는 맥주사업 부진을 메우기 위해 소주 가격을 인상한 것일까?
24일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5년째 맥주사업에서 영업적자를 낸 데다 최근 맥주 신제품 ‘테라’를 출시하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 소주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이날 하이트진로 주가는 전날보다 5.38%(1천 원) 오른 1만9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이트진로가 소주제품의 공장출고 가격 인상하면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5월1일부터 소주제품의 공장출고 가격을 6.4%만큼 올린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월 참이슬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년 만에 0.2도 낮추면서 사실상 소주제품 가격 인상효과를 누린 것으로 평가됐는데 한 달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소주는 주정에다 물과 각종 첨가물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주정 가격이 원가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정 가격은 6년 가까이 동결돼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제품 공장 출고가격 인상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증권가 리포트나 언론보도를 통해 나온 얘기”라며 “기습적으로 올린 것이 아니라 3년5개월 동안 소주제품 가격 인상요인에도 올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 가격은 서민 체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소주회사들이 쉽게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하이트진로가 기획재정부에서 주세법 개정안을 내놓기 전에 소주제품 출고가격을 인상하면서 선제적 대응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주세법을 종량세로 개편해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소주와 관련된 주류세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재형 DB증권 연구원은 주세법을 놓고 “정부가 가능하면 주류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며 “맥주만 종량세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이트진로가 맥주제품만 종량세 체제로 전환되면 소주제품의 세금은 전과 동일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요인이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하이트진로가 정부의 주세법 개정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전에 소주제품 공장출고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을 인상한 데는 맥주사업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3월 맥주 신제품 테라를 출시하면서 홍보 및 판촉비 등의 비용 부담이 늘어 이 부분을 메우기 위해 소주제품의 공장 출하가격을 인상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차재형 DB증권 연구원은 이날 “하이트진로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1분기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판촉비를 집행한 데다 마산공장 라인 변경 등을 감안해 영업이익이 낮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소주제품 출고가격을 인상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본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트진로가 소주제품 출고가격을 6% 인상하면 최소 영업이익이 3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 영업이익의 25~30% 규모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