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북미법인의 외국인 임원들이 대거 이탈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근무했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에 들어온 인물들이다. 이들이 삼성전자를 떠난 배경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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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장 |
8일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북미법인인 북미통신법인(SAT)의 모바일기기 기술 담당 센슈 매드하바페디, 갤럭시 기어 및 태블릿 마케팅 담당 난다 라마찬드란, 영업 담당 마이크 페닝턴, 유통 및 채널 마케팅 담당 케트리나 더나간 등 5명의 임원들이 올해 들어 사표를 냈다. 이들은 노키아 모토로라 등 IT기업에서 근무했다 삼성에 입사한 임원들이다. 이번에 그만 둔 5명 가운데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영업과 마케팅 부문 인력이다.
업계는 이들의 퇴직 사유가 삼성 특유의 강도 높은 근무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미법인의 경우 시차가 다른 한국 본사 업무 시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해외출장도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무 강도가 높아 스트레스도 심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이 개인적 사유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미 지역 비즈니스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일부 임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퇴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삼성에서 근무경력을 쌓은 뒤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1년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근무하던 한 임원은 씨티그룹 글로벌모바일기술부 대표로 옮겼다. 최근 퇴사한 인사담당도 경쟁사인 애플로 이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핵심인재 영입에 힘을 쏟는다. 삼성전자 인재개발실 직원들은 외국인 핵심인재 채용을 위해 일 년의 절반가량을 해외서 보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능력만 있으면 국적과 출신에 상관없이 모두 채용하라”고 인재경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임원을 포함한 외국인 승진 규모는 2011년 66명에서 2012년 8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도 외국인 임원만 12명이 승진했다.
하지만 이렇게 영입된 외국인들의 이탈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인재영입에 주력해 온 삼성이지만 들어온 사람들이 계약기간(2~3년)을 못 채우고 나간 경우도 많고 실적도 기대에 미지치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외국과 다른 삼성의 기업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북미법인에서 외국인 임원들이 대거 떠난 데 대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스마트폰 전략을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북미시장에서 안방 주인인 애플에 뒤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 스마트폰시장에서 31% 점유율을 보이면서 애플(36%)을 추격하고 있다. 미국시장은 1996년 설립된 북미통신법인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그동안 추구했던 최고급 전략에서 다품종 보급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갤럭시S5미니, 갤럭시S5 줌, 갤럭시S5 액티브 등 갤럭시S 시리즈 파생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에 치중했는데, 이런 프리미엄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다. 또 이미 스마트폰이 포화상태인 미국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지만 유독 북미 지역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다”며 “미국시장에서 기존 전략을 수정하면서 외국인 임원들의 실적에 대한 압박감도 그만큼 더 높아진 것이 이탈에 한 몫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