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회사들이 올해부터 당장 부동산신탁업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순이익이 줄어들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신탁업의 성장세도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신규 사업자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 들어 부동산신탁회사들이 분양한 아파트 24곳 가운데 청약 1순위 마감에 성공한 아파트는 9곳 뿐이다.
대부분 청약 2순위로 넘어갔거나 경쟁률이 낮아 겨우 청약을 마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지표를 보면 부동산신탁회사들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이 집중돼 있는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부동산신탁회사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사가 고객으로부터 토지를 수탁받아 개발한 뒤 분양해 수익을 거두는 사업방식이다.
분양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돼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비수도권 주택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차입형 토지신탁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부동산신탁회사 11곳의 고정이하자산은 2017년 12월 말 3104억 원에서 2018년 12월 말 8273억 원으로 166.5% 늘었다.
고정이하자산은 차주의 채무 상환능력 저하가 현실화돼 채권 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상황을 뜻한다.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따질 때 주로 쓰인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탁회사들은 예전처럼 성장을 꾀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바라봤다.
2018년 부동산신탁회사 11곳의 순이익은 5077억 원으로 2015년 이후 4년 연속 순이익 최대치를 새로 달성했다.
하지만 순이익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그동안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2015년 48.4%, 2016년 77%, 2017년 28.7%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하락을 나타냈다.
순이익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가운데 신규 사업자 3곳이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함에 따라 부동산신탁회사들은 올해부터 당장 평균 순이익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3월 부동산신탁회사들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신영자산신탁 등 3곳의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입을 허용했다.
3곳의 부동산신탁회사들은 예비인가를 받은 뒤 6개월 이내 본인가를 신청한다. 본인가를 신청한 뒤 1개월 이내에 본인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9~10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기존의 부동산신탁회사들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3곳의 신규 사업자들과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둔화돼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실적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사업자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근심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