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정부의 카드사 레버리지 기준 유지로 어려움에 놓였다.
정 사장이 레버리지 기준을 지키면서 우리카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레버리지 비율 계산에 반영되는 자산을 줄이거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이를 해낼 방안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카드사 레버리지 기준 유지로 카드사 가운데 우리카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 레버리지 기준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외형 확대 위주로만 경영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르면 카드사는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을 뜻하는 레버리지 비율이 6배를 넘어서는 안된다.
고객의 카드사용액과 카드론 등은 카드사의 대출채권으로 분류돼 카드사의 총자산에 포함된다.
카드사의 무리한 영업으로 카드연체 등이 늘어나면 카드사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카드사의 대출채권자산 등을 자기자본의 일정배수 만큼만 늘릴 수 있도록 한도를 정했다.
정 사장은 다른 카드사들과 함께 카드사 레버리지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캐피탈회사도 레버리지 기준을 10배로 삼고 있는 것과 비교해 카드사의 레버리지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9일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에는 카드사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레버리지 기준을 상향하는 대신 카드사 레버리지 비율의 계산에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사업자산과 중금리대출자산을 총자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이미 6배에 이르렀다.
정 사장이 올해 대출 자산을 늘리며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 비율 계산에 반영되는 총자산이 줄어들거나 자기자본이 늘어나야만 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정 사장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금리대출을 카드사 레버리지 비율 계산에 반영되는 총자산에서 뺄 수 있도록 했지만 최고금리는 14.5%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1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카드의 대출 자산 대부분은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빅데이터 등 신사업을 활용해 이룬 대출자산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카드는 레버리지 비율 계산에서 빠질 자산이 사실상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 사장은 레버리지 비율 계산에 반영되는 자산을 줄일 수 없다면 자기자본을 늘려야만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는 어려움이 많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카드의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는 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꼽힌다.
하지만 올해가 우리금융지주 출범 첫 해이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 산정에 표준등급법을 적용함에 따라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카드를 지원할 만한 여유가 없다.
표준등급법은 내부등급법보다 자기자본비율 산정에 불리한 면이 있어 우리금융지주의 자기자본비율은 표준등급법 적용으로 3~4%가량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자본증권도 현재는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앞으로 부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신종자본증권의 회계기준을 자본에서 부채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단계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올해 카드론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서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할부결제 등 저수익자산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지난해 카드의 정석 등을 앞세워 카드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지만 올해는 레버리지 비율 문제로 이런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 사장의 능력이 올해 시험대에 올랐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