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는 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김천에 대규모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려고 할까?

과열된 수도권 병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쾌적하고 교통이 편리한 김천에서 의료관광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희대, 김천에 의료관광단지 만들어 블루오션 개척한다

▲ 경희대학교 로고.


11일 경희대에 따르면 경희대와 김천시는 의료관광단지 조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부지 선정 등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2200억 원 규모 민간투자를 유치해 김천에 의료관광단지를 마련할 것”이라며 “명문 의대 경희대의 의료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의 부족한 의료여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캠퍼스와 대학병원 등 주요 시설을 모두 서울에 두고 있는 경희대가 김천에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려는 것은 다소 엉뚱한 시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는 최근 은평성모병원,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이대서울병원, 중앙대광명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차례대로 건립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경희대 의료관광단지는 레드오션을 떠나 지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발걸음으로 해석된다.

‘의료관광’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잡은 것도 최근 차별화된 의료시스템 구축에 전념하는 다른 병원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앙대광명병원은 암센터, 심뇌혈관센터, 장기이식센터, 척추센터 등 고난이도 중증질환을 전담하는 의료센터를 구축한다.

은평성모병원은 응급의료센터, 뇌신경센터, 심장혈관병원을 한 공간에 모아 급성심근경색, 급성뇌졸중, 중증외상환자 등 3대 중증 응급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치료하는 신속진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헬기로 이송되는 환자에 대응할 비행장도 마련했다.

이대서울병원은 환자중심 병원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환자 편의를 고려해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 병실 3인실, 전체 중환자실 1인실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에 경희대는 기존에 경희의료원·강동경희대병원를 운영해온 노하우와 의대, 한의대, 약학대, 치과대를 모두 보유한 의료 인프라를 더해 지방에서 의료관광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 승부수를 걸었다.

경희대와 김천시의 업무협약에 따르면 경희대는 김천에 의료관광단지 뿐만 아니라 암특화병원, 노인건강병원을 세워 상주, 구미, 의성 등 경북지역의 환자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의 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과 의료관광단지의 진료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가 준공되면 경희대 의료관광단지의 수요가 경북을 넘어 경남까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남부내륙철도는 거제부터 김천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천시도 경희대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김천시청 관계자는 “김천은 지리적으로 한국 중심에 위치하고 KTX역 등으로 교통 여건이 뛰어나 의료관광단지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적합하다”며 “7월 안으로 경희대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