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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정유사업을 손에 넣었다.
삼성토탈에서 이름이 바뀐 한화토탈은 휘발유와 경유 제조능력을 갖추고 알뜰주유소에 납품하고 있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정유사업을 포기한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냈다. 한화토탈은 앞으로 제5정유사로서 정유사업을 확대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토탈은 비록 원유정제시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엄연한 정유사업자다. 한화토탈은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콘덴세이트 분해시설에서 부산물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연간 휘발유 430만 배럴, 경유 800만 배럴, 항공유 150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한화토탈은 2012년 7월부터 휘발유를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유를 추가했다. 한화토탈은 알뜰주유소 전체 물량 중 절반 가까운 양을 공급하고 있다.
한화토탈의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은 휘발유 1.56%, 경유 0.40%, 등유 0.01%, LPG 5.63%였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제5정유사로서 대한석유협회 가입을 타진했다. 협회 가입이 정유사업을 하는데 큰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유업계 전체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부분에서 상징적인 부분이 컸다.
하지만 석유협회 회원인 4개 정유사는 삼성토탈의 협회 가입을 보류했다. 협회는 사상 처음으로 신규회원을 받기 때문에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들은 삼성토탈이 원유정제시설을 갖추지 않아 다른 정유사와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정유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위협적인 후발주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화그룹의 경우 과거에 경인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정유사업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진입 저항이 한층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인에너지는 석유협회 창립멤버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한화토탈의 석유협회 가입 가능성은 삼성토탈이었을 때보다 높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화토탈이 정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 주유소사업으로 발을 넓혀 유통망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정유 4사는 각자 브랜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어 내수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유사들도 주유소를 줄여가고 있을 정도로 국내 주유소는 포화상태다. 한화토탈이 신규로 출점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화토탈이 알뜰주유소 사업권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 사업은 정부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가 안착되면 민간에 사업을 넘길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알뜰주유소가 민간에 이양될 경우 가장 많이 납품하고 있는 한화토탈이 사업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돈다.
하지만 한화토탈이 알뜰주유소 사업을 품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주유소 업황이 불황이라 문닫는 알뜰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알뜰주유소 사업 자체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알뜰주유소 1천 여 곳 가운데 도로공사와 농협이 운영하는 곳을 제외한 450여 곳이 자영인데 이 정도 숫자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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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한화토탈 대표이사 부사장 |
또 알뜰주유소 자영업자 가운데 일부는 SK그룹이나 GS그룹 등 대기업브랜드 주유소를 운영하다가 알뜰주유소로 넘어온 경우가 있다. 대기업의 횡포에 불만을 품고 알뜰주유소로 갈아탄 이들이 다시 대기업인 한화그룹의 이름을 다는데 거부감이 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한화토탈이 뛰어들기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셈이다.
김승연 회장은 과거에도 정유사업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한화그룹은 1970년 미국 유니언오일과 합작해 정유사인 경인에너지를 설립했다.
김 회장은 1981년 회장에 오른 뒤 2년 만에 경인에너지 합작지분을 넘겨받았다. 김 회장은 경인에너지 매출을 2배로 늘렸고 1987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경인에너지는 1994년 한화에너지로 이름을 변경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에너지플라자라는 이름으로 한때 1천 개가 넘는 주유소를 거느리며 한화그룹 주력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1999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화그룹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했다. 김 회장은 당시 “마취도 안하고 수술하는 심정”이라며 정유사업 포기에 아쉬움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