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가파른 가격 하락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수록 반도체 경쟁사와 비교해 투자를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이 심각해져 당분간 업황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며 "1위 업체인 삼성전자마저 낸드플래시에서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세계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지난해 중순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1분기에도 20% 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과 인텔 등 낸드플래시 경쟁업체가 일제히 생산투자를 늘린 효과가 나타나 심각한 공급과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모두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두 회사의 반도체사업 실적에서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D램과 비교하면 크지 않아 업황 악화에 따른 타격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현재 시장상황은 도시바메모리처럼 낸드플래시사업만 하는 반도체기업에 가장 타격이 될 것"이라며 "도시바메모리 이외 업체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은 세계 낸드플래시 2위와 3위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반도체 실적을 모두 낸드플래시에만 의존하고 있어 시장 경쟁 심화로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D램시장에서 과점체제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준의 영업이익을 지켜내고 있어 낸드플래시업황 부진의 타격을 만회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은 D램에서 얻은 영업이익을 낸드플래시에 투자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낸드플래시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평택의 새 메모리반도체공장과 낸드플래시 전용 생산라인인 중국 시안 반도체2공장이 완공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청주 M15 반도체공장을 낸드플래시 전용공장으로 구축하기 위해 3D낸드 생산설비 반입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D램을 통해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경쟁사에 크게 뒤처지고 있어 올해 시설투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코웬은 배런스 등 외국언론을 통해 "마이크론은 3D낸드 등 낸드플래시 원가 절감 기술력이 반도체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D램으로 안정적 실적기반을 확보하고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력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만 새 반도체공장을 중심으로 시설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제품. |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공장 투자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을 경쟁사보다 크게 늘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낸드플래시업계 최신 기술인 90단 이상의 3D낸드 공정을 중심으로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해외 반도체기업보다 생산 원가 등에서 우위를 갖출 공산이 크다.
낸드플래시업황이 앞으로 침체기를 지나 회복세에 오른다면 선제적으로 생산투자를 벌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낸드플래시 생산 증설에 38조 원가량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지금보다 43% 늘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운영하는 M15공장 생산 확대 등에 모두 35조 원을 들이겠다는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