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 ‘한정’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시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조4천억 원 수준이다.
▲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이 가운데 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린 돈은 지난해 말 기준 4200억 원 수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
KDB산업은행이 1560억 원, 한국수출입은행이 720억 원으로 국책은행 차입금이 절반 이상이며 시중은행 차입금은 SC제일은행 1080억 원, NH농협은행 500억 원, 우리은행 120억 원, 광주은행 70억 원 등이다.
이 차입금은 그나마 안전한 편이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만큼 상황에 따라 만기를 연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한 달 뒤 아시아나항공과 재무구조 개선을 놓고 업무협약을 다시 맺기로 했다. 조건이 이전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대표 항공사라는 점에서 당장 채권단이 여신을 회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에서 조달한 차입금 규모는 1조6천억 원이나 된다. 이 밖에 항공기 리스 등 금융리스 부채가 1조4천억 원인데 일부는 금융기관 차입, 일부는 시장성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올해 안에 해결해야 채무만 1조7403억 원에 이른다. 당장 이를 해결한다고 해도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8천억 원 이상의 채무를 해결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차입금마다 조기 지급 또는 기한이익 상실 조건이 붙어있어 언제 상환압박을 받을 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조기 지급 또는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얽히고 맞물리면서 자칫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몰려 상환해야 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기한이익 상실 조건이란 만기 전에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가 달려있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전환사채(CB) 잔액은 1천억 원 수준이다. 전환사채에는 자산 및 영업의 전부 또는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부문의 양도 또는 분리, 연간 누적 자산의 30%를 초과하는 자금 차입, 자본금의 30% 초과 변동 등 복잡한 내용이 조기 지급 또는 기한이익 상실 요건으로 붙어 있다.
1조4천억 원 규모의 금융리스에는 다른 차입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조기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붙어있다.
이 밖에 회사채에는 연결부채비율 1000% 초과, 회계연도에 총액 1조 원 이상의 자산 처분, 다른 차입에서 기한이익 상실 사유 발생 등이 걸려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49%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새 회계기준(IFRS16)에 따라 운용리스가 부채로 계상되면 부채비율은 100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은 회사채 신용등급 BBB- 미만, 부채상환계수(DSCR) 일정 기준 미달, 다른 차입에서 채무불이행 등이 벌어지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차입금에서 조기지급 또는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는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각종 지표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이 적용돼 부채비율이 추가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