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4-04 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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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를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생산능력이 전체 판매량을 웃도는 상황이지만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기회를 계속 살피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4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동남아시아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글로벌 여러 지역 가운데서도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시장”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로이터 등 해외언론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자동차를 연간 25만 대 생산할 수 있는 현지공장 설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 위치로 자카르타를 들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콕 찝어서 인도네시아에 거점을 세우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놓고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해외에 생산공장을 더 지으려는 움직임을 놓고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세계적으로 모두 500만 대가량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판매하는 차량은 2018년 기준으로 450만 대에 불과하다.
생산능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설비가 남아도는 탓에 적절한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고전하면서 이미 중국 일부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 글로벌 생산능력을 감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새로운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글로벌 판매량을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 대상으로 동남아시아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한 차를 동남아시아에 판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관세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며 “글로벌 감산기조가 있는 것도 맞지만 동남아시아와 같은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것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전략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베트남에 진출한 지 10년 만인 올해 1월에 베트남 탄콩그룹과 판매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하면서 베트남시장 공략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인도네시아에 현지공장을 짓게 되면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 진출 전략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된다.
시장 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이 1월에 자카르타에서 발표한 2019년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 전망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침체됐다가 2018년까지 느린 속도로 회복됐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자동차 대수는 모두 115만 대로 애초 인도네시아 자동차생산자협회가 예상했던 105만 대보다 10만 대 더 팔렸다. 2017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6.8% 늘었다.
올해 판매 성장률은 조사기관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프라 구축과 전기차 보급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약 4.2~5.7%로 전망된다. 경제 성장에 따라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자동차시장에 호재다.
그렇다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시장이 현대차에 활짝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토요타와 다이하츠, 혼다 등 일본 자동차회사가 점유율 90%를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일본 자동차회사의 독주는 상당히 두드러지는 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은 품질 경쟁력, 독일은 브랜드 경쟁력, 중국은 가격 경쟁력으로 우세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면 일본산 차량과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산 차량, 그리고 독일산 고급 승용차 사이에서 전략적 입지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