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뉴스’ 등 네이버의 대표적 콘텐츠들을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지우고도 이용자들의 발길을 묶어둘 수 있을까?

네이버는 3일부터 모바일웹의 기본화면을 새로운 버전으로 바꿨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뉴스를 첫 화면에서 없애고 ‘검색창’과 사용자들이 각자가 자주 사용하는 콘텐츠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바로가기’ 버튼들을 남겨뒀다.
 
한성숙 네이버 '3천만 습관' 바꾸는 모험, 이용자 반응은 갈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4일 ‘새로운 네이버’를 두고 이용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디자인 면에서는 대체로 합격점을 주는 반면 사용자환경은 불편해졌다는 반응이 많다.

바뀐 네이버 모바일화면이 ‘구글’과 다른 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외에도 사회의 여러 이슈와 각종 정보를 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포털사이트’라는 데 강점이 있는데 이번 개편으로 기존 검색엔진과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네이버 모바일화면 개편을 두고 “구글 따라하기냐”, “네이버의 구글화 본격적 시작인가”, “네이버는 검색엔진이 아닌데”, “네이버에서 제일 많이 보는 게 뉴스인데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버리면 네이버에서 할 게 없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존 버전으로 기본화면을 변경하겠다는 이용자들도 꽤 눈에 띈다.

이번 주부터 네이버 모바일웹과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의 기본화면이 모두 새로운 버전으로 바뀌었지만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기존 버전과 새로운 버전 가운데 원하는 화면을 기본화면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 모바일화면 개편이 그야말로 3천만 명의 ‘습관’을 바꾸는 모험이라는 말조차도 과장은 아닌 셈이어서 네이버도 그만큼 조심스럽다.

이번 개편으로 네이버 이용자들의 대거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모바일화면 개편으로 네이버 커머스부문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새롭게 만든 왼쪽 화면들에 각각 ‘요즘유행’, ‘랭킹템’, ‘마이페이’ 등을 배치했는데 요즘유행과 랭킹템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들이 관심있을 만한 상품들을 보여주는 페이지고 마이페이는 네이버페이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 포인트, 쿠폰 등 커머스와 관련된 서비스를 편리하게 묶어 제공하는 페이지”라며 “네이버가 이번 모바일화면 구성 변화를 통해 이용자와 판매자들을 더욱 정교하게 연결해 주면서 이를 통해 커머스부문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성숙 네이버 '3천만 습관' 바꾸는 모험, 이용자 반응은 갈려

▲ 네이버 모바일 새로운 버전(왼쪽)과 기존 버전 이미지.


네이버가 모바일에 한정해 화면 개편을 진행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네이버는 젊은층의 이용률이 높은 모바일에서는 가볍고 개인화된 사용자환경을 실험하고 PC에서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모아놓은 ‘포털사이트’ 사용자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2018년 10월 네이버화면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3천만 명의 습관을 바꾸는 일은 네이버의 미래를 건 모험이고 도전”이라면서도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3년 뒤 네이버의 미래는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새로운 네이버의 방향성은 ‘연결’이라는 플랫폼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며 “새로운 네이버 모바일에서는 이용자들이 각자의 사용성에 맞게 좀 더 개인화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네이버를 열면 이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7개의 뉴스와 20개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비롯해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졌지만 새로운 네이버 화면에서는 이용자들이 각자 원하는 콘텐츠만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네이버의 이번 개편이 사회정치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 ‘부득이한 변화’라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2018년 드루킹 여론조작사건 뒤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 개편은 조작 논란에 휘말려온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뉴스를 한 페이지라도 뒤로 보내 포털의 매체 파워에 관한 사회적 지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