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립 사장이 더 명예롭게 떠나셨으면 했는데… 우리도 마음이 안좋죠. 후임자로서 이성근 대표가 최선이라는 데는 다들 동의하고 있습니다.”
29일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장에서 만난 한 노조 대의원의 말에서는
정성립 사장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이 29일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가 끝나고 주주들을 상대로 매각 반대에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정성립 사장은 이날 마지막으로 주총 의사봉을 잡았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조선업황에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선박 건조원가 상승, 무역분쟁 등 리스크 요인도 많은 만큼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영방침으로는 관행 타파를 통한 관리혁신, 생산성 극대화를 통한 생산혁신, 시장 선도를 위한 기술혁신,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혁신 등을 내놓았다.
이 네가지 과제는 이제 이성근 대표가 넘겨받는다.
정 사장은 주총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직접 의사봉을 두드려 선포했다. 이 대표를 두고 최고의 전문가인 만큼 회사 경영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 문제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있다. '빅2' 개편이 조선업 생태계를 지키는 데 옳은 선택인지를 놓고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센 데다 실제 인수가 가능한 지도 확실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소란의 중심에 서있지만 매각 측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사이에서 딱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정 사장이 물러나는 것 역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빅딜’ 과정에서 그가 배제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정 사장을 상대로 "임시 관리자일 뿐"이라고 말했다가 일각에서 무례한 표현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노조 역시 회사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 이날 회사 매각에 반대하면서도 경영진에 관한 비난은 입에 담지 않았다. 의사진행 과정에서 마찰도 없었다.
주총이 끝나고 나서야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주주들에게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매각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잘못된 매각에 목소리를 내주셔야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그 이상의 가치를 발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와 만난 한 노조원은 “
이동걸 산업은행 사장이 대표이사인 정 사장을 그렇게 취급한다면 직원들은 뭘로 보겠느냐”며 “매각 문제에 회사가 무력하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고 회사 측도 마음은 사실 우리와 함께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취임을 놓고는 현재 가장 적합한 후임자라며 긍정적 시선을 보냈다.
이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에서만 41년을 일했다. 인수작업이 끝나면 대표이사가 또 바뀔 수 있는 만큼 임기를 장담할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회사에 몸담은 기간을 감안하면 그가 느끼는 애정과 책임감이 가벼울 리 없다.
이날
정성립 사장은 기자들에게 "새 대표가 회사를 잘 맡아줄 것"이라고 짧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