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시민청원 게시판에 쏟아지는 지역 민원성 청원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취임 이후 소통을 명분으로 청원 답변기준을 낮췄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018년 12월부터 시민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청원 답변 기준을 시민 3천 명으로 정해 ‘인천은 소통e가득’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 청원에 시장이 직접 답변한다고 하자 초기에는 반응이 좋았다.
인천 동춘 1구역에 초등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시민 청원에 박 시장이 긍정적 해결방안을 내놓아 시민청원의 순기능이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달도 지나지 않아 특정집단이 여론을 주도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인천시가 마련한 시민청원에 답변기준 3천 명은 인천시 전체 인구의 0.1% 가량이다. 0.1%의 시민이 인천시에 '민원폭탄'을 던질 우려가 현실화됐다.
인천 청라지역 민원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이 3월까지 게시판에 직접 답변한 시민청원 7개 가운데 3개가 청라국제도시 지역의 민원이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답변조건인 3천 명을 충족하지 못한 시민청원 중에서도 청라지역 민원 해결이 다수를 차지한다.
청라지역 주민들은 인천시가 증설계획을 밝힌 청라광역폐기물소각장의 폐쇄와 이전, 청라의 랜드마크인 청라시티타워의 조속한 착공, 국제업무단지의 지시티(G-city) 승인 등을 박 시장에 연이어 촉구했다.
박 시장의 직접 답변에도 불구하고 청라지역 주민들은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를 결성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박 시장이 시민들과의 소통창구로 기대했던 청원게시판이 특정 민원에 휘둘려 기능을 제대로 못해낸 셈이 됐다.
다른 도시에 비해 인천시의 시민청원의 답변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말도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의 시민청원 답변기준은 인구 95만여 명 가운데 5천 명으로 성남시 인구의 0.5% 수준이다.
용인시도 4월1일부터 운영하는 시민청원 제도 ‘두드림’의 답변 기준을 용인시 인구의 0.4%로 결정했다.
성남과 용인에 비하면 인천시 기준인 0.1%는 낮아도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인천시도 고민이 깊다. 청원 답변기준이 너무 높으면 시민 참여가 저조하고 답변기준이 너무 낮으면 행정력을 낭비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답변기준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당분간 청원 답변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