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적자경영에 노조와 임금협상 가시밭길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올해 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을 앞두고 어깨가 무겁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이 1분기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영정상화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와 관계가 순탄치 않아 올해 권 사장이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지난해처럼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중공업 1분기도 적자, 부진의 끝은 어디일까

현대중공업은 28일 1분기 매출 1조2281억 원, 영업손실 1924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6% 감소했고 영업적자폭은 1.9%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에 인력 구조조정으로 1614억 원의 퇴직위로금이 발생해 영업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퇴직위로금을 제외해도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수선박 공정지연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한 데다 일부 해양플랜트공사에서 발주사와 계약변경 합의가 늦어진 것도 적자의 원인이 됐다.

현대중공업이 1분기에 거둔 신규 수주도 약 30억 달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권 사장이 추진하는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는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 지난해 임단협 타결 두 달만에 올해 임금협상 시작

권 사장은 노조와 임금협상 출발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해를 넘긴 지난 2월 타결했다. 지난해 임단협 타결 두 달 만에 또 임금협상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조의 임금요구안을 받아 내부에서 검토중인데 이르면 이번주 말 임금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열었다.

회사는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행사무대 설치장소를 노조 사무실 앞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노조는 무대 설치 없이 출정식을 진행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 성과금 250%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상향조정, 통상임금 800%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폭만 해도 2월 타결된 2014년 임금인상폭인 3만7천 원의 세 배가 넘는다.

적자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 현대중공업 강성 노조, 쉽지 않은 임금협상 예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1월 대의원 선거에서 대의원 상당수가 강성 성향으로 물갈이됐다. 강성 성향인 정병모 노조위원장을 필두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강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일반직 노조를 설립하고 구조조정을 시행한 권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임금협상 과정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특히 최근 과거사 청산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전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휴양소 건립과정에서 휴양소 부지 비용을 부당지출한 의혹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 전 집행부는 현 집행부와 달리 온건성향으로 18년 연속 무파업을 이어오며 비교적 무난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 집행부가 전 집행부의 실책에 손을 대는 것은 전 집행부과 관계를 청산하고 회사에 현 집행부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관계자는 “특별조사와 임금협상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강성노조 이미지를 우려해 정범모 위원장은 조사를 반대했으나 대의원들과 노조원들이 원해서 조사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