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28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장 회장은 영장실질 심사 당일 빼돌린 회삿돈 가운데 100억 원이 넘는 돈을 급히 변제한 사실이 알려져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장 회장은 횡령과 배임, 도박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28일 새벽 장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부 판사는 “일부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현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해외에서 중간재 등을 구매하면서 대금을 실제보다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거나 무자료 거래를 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2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보유중인 부실 계열사 지분을 우량 계열사에 팔아넘겨 해당 계열사에 1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장 회장은 또 2013년 하반기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판돈 800만 달러 상당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판돈 가운데 절반 가량을 동국제강 미국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 계좌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려 충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 회장은 1990년에도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장 회장은 당시에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3년 뒤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장 회장은 2000년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으며 2011년 역외 탈세혐의로 8개월간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아 추징금을 낸 일도 있다.
장 회장은 일단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으나 경영정상화에 나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 개인비리 혐의뿐 아니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기존에 제기된 의혹까지 철저하게 수사하려고 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벌인 뒤 영장 재청구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영장실질심사 당일인 27일 오전 국내 횡령 자금 105억 원을 무통장입금을 통해 변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부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거액을 한꺼번에 변제한 사실을 놓고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입금한 것은 회삿돈을 갚을 능력이 되는데도 갚지 않고 있었던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회삿돈을 오너 개인돈으로 여기는 부도덕한 기업인의 전형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부터 재무상황이 극도로 나빠진 데다 ‘오너리스크’까지 겹쳐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 있다. 동국제강은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줄줄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합작으로 브라질 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추가 건립비 조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동국제강은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 3곳을 통해 브라질 제철소 건설사업에 3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동국제강은 자금조달에 성공할 경우 브라질 제철소 건설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브라질 제철소의 현재 공정률은 현재 약 80% 수준이다. 완공돼도 상업생산은 내년 상반기나 돼야 이뤄질 전망이어서 동국제강이 경영난 파고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