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9-03-20 16: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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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사이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별다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일 카드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형 가맹점과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협상이 점점 험난해지자 금융위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금융위원회.
국내 8곳 카드사는 지난주에 자동차업계와 협상을 마무리했다. 카드사의 완패라는 평가지만 나름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율 협상의 첫 걸음을 뗀 듯 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수수료율 인상폭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카드사들과 현대자동차의 협상과정을 지켜본 르노삼성, 한국GM 등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카드사에 재협상을 하자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2월26일 기존보다 0.1%포인트 인상한 1.99~2.00% 수준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합의했는데 현대자동차 수준으로 인상폭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카드사와 현대자동차가 합의한 카드수수료율은 1.89%, 인상폭은 0.1%포인트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의 협상이 마무리되고 난 뒤 다른 회사들의 협상태도도 많이 바뀌었다”며 “대부분 현대차와 형평성을 거론하며 카드사가 제시한 인상폭을 줄여달라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을 회원사로 보유한 체인스토어협회가 19일 카드사의 수수수료율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명을 내는 등 유통업계를 비롯해 통신, 항공 등 다른 업권으로까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카드사들로서는 수수료율 협상이 점점 난관에 부딪힐수록 금융위의 적극적 역할을 원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협상하게 된 계기도 금융위의 수익자 부담, 역진성 해소였다”며 “카드사들이 제시하는 수수료율 인상폭도 금융위가 결정하는 산식에 따른 것이지 카드사가 임의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의 움직임도 활발해 졌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21일부터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카드사노조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체계 개편 결정에 따라 수수료 인상안을 통보했을 뿐인데 재벌 가맹점들이 가맹 해지를 무기로 수수료 협상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21일부터 금융위 앞에서 천막을 치고 밤샘농성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도 카드사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19일 브리핑을 열어 신용카드 수수료율 협상과 관련해 태도를 밝히기도 했다.
금융위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격비용 기반의 수수료율 산정 원칙과 수익자 부담 원칙의 틀 안에서 자율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협상이 끝나면 대형 가맹점 등의 카드 수수료 적용실태를 점검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태도를 놓고 카드사의 반응은 싸늘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은 대등하게 수수료율 협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금융위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의 하한선을 정하는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