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조 회장이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도 강화하고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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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칼과 정석기업은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2013년 8월 지주사 한진칼을 출범하며 시작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합병방식은 정석기업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눠 투자부문만 한진칼에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정석기업이 보유한 한진 지분 21.6%와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지분 100%는 지주회사인 한진칼로 넘어가고 부동산 매매나 임대업 등 사업부문은 한진칼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로 칼호텔네트워크 지분 100%, 대한항공 지분 32.2%, 정석기업 지분 48.3%, 진에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정석기업은 한진 지분 21.6%를 보유하고 있어 ‘한진칼→정석기업→한진’의 지배구조에서 핵심역할을 해왔다.
한진칼과 정석기업이 합쳐지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칼→정석기업→한진’에서 ‘한진칼→한진’으로 단순해진다.
그동안 한진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관련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있었다. 지주회사체제에서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지배구조에서 한진칼의 손자회사인 한진은 증손회사인 한진인천북항운영(지분율 66.7%), 부산글로벌물류센터(51%) 등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전액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증손회사가 손자회사가 되면서 이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조 회장의 지배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칼 지분 15.6%, 정석기업 지분 27.2%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의 순자산가액이 정석기업의 3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진칼에 대한 조 회장의 지분율이 18%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진에어 전무가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일우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조 회장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25% 이상으로 늘어난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남은 절차는 하나다. 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지분 7.95%의 매각작업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요건에서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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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
지주회사체제 전환이 완료되면 조원태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진에어 전무 가운데 한 명에게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조원태 부사장은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이후 한진그룹의 후계자로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조원태 부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조원태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경영전략과 영업부문 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한진칼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주주총회를 처음으로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