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전산장애에 따른 소비자 보상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장 마감 직전 전산장애가 발생했는데 일부 소비자들이 제 때 매도를 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KB증권, 전산장애 손해보상 놓고 소비자 불만 높아 머리 아파

▲ 13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의 전산장애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KB증권이 순차적으로 이들에게 연락해 보상계획을 전하고 있지만 손해 규모를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보상기준 등도 뚜렷하게 세우기 힘들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의 전산장애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 네이버카페에 ‘KB증권사 먹통, 오류 등 피해자 모임’ 카페를 개설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도 ‘KB증권 오류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네이버카페에 540여 명, 오픈채팅방에 350여 명이 가입했다. 현재 공동소송, 금융감독원에 집단민원 제기, 본사 항의방문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2월28일 KB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장애가 발생해 일부 거래가 중단됐다. 문제는 하필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증시가 급락했던 오후 3시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KB증권은 현재 민원을 넣은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보상방식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소비자들은 보상기준 등이 애매하다고 불만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이 공식적 보상기준 등을 밝히지 않고 개별 소비자와 접촉하면서 혼란만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개별 소비자마다 KB증권으로부터 받은 보상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연휴가 끝나고 장이 열린 3월4일 장 초반 매도가 이뤄졌으면 28일 매도의사가 있었다고 보고 보상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사람이 있는 반면 7일 매도가 이뤄졌음에도 보상을 해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KB증권으로부터 보상받기로 한 금액을 놓고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추정 손해금액 가운데 몇 %를 보상해주는지 전화를 받은 사람마다 조금씩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민원을 넣은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 전화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기도 하다.

KB증권은 이번 보상을 놓고 골치가 아플 것으로 보인다.

정말 매도하려 했는데 전산장애로 매도하지 못했다는 ‘매도의사’가 가장 중요한데 실질적으로 이를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통 전산장애 시작 전에 매도주문을 낸 사실이 입증되거나 대체주문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주문가격과 장애복구 시점의 가격차이가 손해로 인정된다.

다만 장애가 복구된 뒤 해당 주식을 바로 팔았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그러나 KB증권 사태는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또 장 마감 직전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위와 같은 기준을 일괄 적용하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전산장애가 발생하고 다시 장이 열리기까지 나흘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장이 다시 열린 3월4일 바로 매도한 사람도 있지만 손실이 너무 커 매도하려는 계획을 접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KB증권이 내세우는 전산장애 시작시간과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전산장애 시작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KB증권은 오후 3시4분부터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오후 2시40분부터 장애가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간이 언제로 정리되느냐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시간이 정리된다해도 손해금액을 명확하게 측정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매도의사가 있던 시각이 언제냐에 따라 손해금액이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KB증권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한 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1월에도 관심종목 시세조회 등의 기능에서 오작동이 발생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증권사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증권사에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개별 합의를 보는 일이 많다”며 “이번 사태가 원만히 마무리되지 못하면 KB증권도 적잖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이용에 불편을 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