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KT 다음 회장후보로 급부상했다.

김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되면서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김인회, KT 사내이사 맡으며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로 급부상

▲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12일 KT에 따르면 KT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11일 이사회에서 올린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결의한다. 

KT 정관에 따르면 KT는 회장(대표이사)을 포함해 사내이사를 최대 3명까지 둘 수 있다. 

그동안 KT 사내이사에는 황 회장을 비롯해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인 구현모 커스터머앤미디어(Customer&Media) 사업부문장 사장과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장 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구 사장과 오 사장은 각각 1987년, 1985년부터 KT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30년이 넘는 시간을 내리 KT에서 보낸 내부인사들이다. 

구 사장과 오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일에 맞춰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구 사장과 오 사장 대신 김 사장과 이동면 KT 융합기술원장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결정됐다.

김 사장은 2019년 정기인사 때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황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김 사장은 황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황 회장이 KT에 발을 들인 2014년부터 줄곧 황 회장과 함께 했다. 재무실장(CFO)과 비서실장, 경영기획부문장 등 KT 요직을 거치며 황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황 회장의 비전과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김 사장과 함께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동면 사장도 다음 회장을 노릴 수 있지만 다소 밀린다는 시선도 있다.

이 사장은 KT의 신성장동력인 스마트에너지, 통합보안, 헬스케어 등 KT 차세대 융합 서비스 분야의 책임자로 황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지만 대표적 연구개발 전문가다. KT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도 경험하지 못했다.

구 사장과 오 사장은 사내이사 후보에서 제외되면서 차기 회장 경쟁구도에서 한 발 비껴난 듯 보인다.
 
구 사장은 정치자금 불법후원 의혹으로 황 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적이 있고 아직 이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경찰은 1월17일 수사를 종결하면서 황 회장과 구 사장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아직 처분이 나지 않았다. 

오 사장은 KT 내부인물로 다음 회장후보로 꼽혀왔지만 지난해 11월 KT 아현국사 화재 사태의 책임자로 간주되고 있어 차기 회장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황 회장에게 아현국사 화재 책임자를 가려 문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화살은 사실상 황 회장의 사퇴를 향해 있지만 이번 통신재난에서 주요 책임자로는 오 사장이 꼽히고 있다. 

김 사장은 이번에 사내이사를 맡아 차기 회장으로 가는 길을 다질 좋은 기회를 얻었다.

김 사장은 경영기획부문장으로 KT의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데 더해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KT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됐다. 명실상부한 KT의 2인자로 볼 수 있다.

또 KT는 회장후보 선정에 관여하는 기관들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사내이사에 진입한 김 사장은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 등의 구성원들과 접촉면을 넓혀 호감도를 높이는 기회도 얻게 됐다.

KT의 회장 선임 과정을 살펴보면 지배구조위원회는 이사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회장후보자군을 조사·구성하고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한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선정된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심사한 뒤 회장후보자들을 추려 이사회에 올리는데 이때 심사기준을 정하는 것도 이사회다. 

이사회는 회장후보자들 가운데 1명을 회장후보로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 기구 모두 ‘이사회 내 위원회’다. 이사회의 이사들 가운데 2명 이상이 참여하게 된다. 누가 위원회에 참여하더라도 김 사장과 접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김 사장이 사내이사에 오른다고 다음 회장으로 가는 길이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KT는 현재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과 관련해 유료방송 시장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인 데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5G 사업에서 미래 비전을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사장이 경영기획부문장으로서 이런 과제들을 놓고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차기 회장에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영 책임론을 떠안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