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B737-MAX8 추락사고 여파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12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B737-MAX8 항공기의 운항 중단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사고 이후 B737-MAX8 기종 탑승 취소와 관련된 승객들의 문의가 들어오고는 있지만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도 진행 중이고 보잉이 파견한 전문 엔지니어도 이스타항공에 상주하고 있는 상황이며 운항 중단계획은 아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체 결함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만큼 임시적으로라도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스타항공의 B737-MAX8 기종 운항을 중단하도록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그 가운데는 수백 건의 추천을 받은 청원도 있다.
400여 명의 동의를 받은 청원자는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한 기종이 우리나라에서 운항된다면 국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하루 빨리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에 따르면 11일 오후 이스타항공 사내게시판에 B737-MAX8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운항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라고 밝힌 게시글 작성자는 “현재 조종사가 B737-MAX8 기종 안전 운항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작사에서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운항 중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폴 허드슨 플라이어스 라이츠 회장은 B737-MAX8 항공기의 운항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미연방항공청(FAA)의 결정을 두고 “FAA의 ‘일단 기다리자’라는 태도는 미국 항공업계의 안전 평판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플라이어스 라이츠는 미국의 항공기 승객 권익보호 시민단체다.
외국언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사고를 두고 B737-MAX8 기종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타임에 따르면 비잔 바사이 엠브리리들 항공대학교 교수는 “신형 항공기에 치명적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다면 이 항공기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아직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두 사고의 원인이 같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하지만 두 사고 모두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사고의 양상이 비슷하다는 점을 살피면 기종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는 없다”며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만큼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10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 6분만에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등 150여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추락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추락한 항공기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추락해 탑승객 189명 전원이 사망했던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B737-MAX8 항공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기종의 항공기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B737-MAX8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에 감독관을 파견해 긴급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적항공사 가운데 이 기종의 항공기를 도입해 운항하고 있는 곳은 이스타항공이 유일하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은 11일 항공사들에게 이 기종의 운항을 잠정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다만 미연방항공청은 "아직까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확인된 바가 없다"며 B737-MAX8 기종 운항을 중단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