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해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을 마주하게 됐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기아차 노사가 합의한 것과 마찬가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대차는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처럼 통상임금 산정하자는 노조 요구에 난색

▲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12일 현대차 노조는 대자보를 통해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차별은 참을 수 없다”며 “앞으로 기아차와 동일한 방식의 통상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회사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노사가 11일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열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에 합의한 만큼 현대차도 기아차와 같은 방식의 임금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기아차와 달리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상황”이라며 “회사는 법원 판단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2월 말에 열린 통상임금 확대 소송 2심에서 노조에 패소했지만 현대차는 2015년 1월에 열린 통상임금 확대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2015년 11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청구 대부분이 기각돼 사실상 현대차가 승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소송 결과가 갈린 이유는 ‘상여금을 고정적 성격을 띤 임금’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법원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아차의 상여금이 격월로 지급됐지만 사실상 고정적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회사세칙에 ‘상여금을 받으려면 2개월 동안 15일 이상 일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기 때문에 현대차의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봤다. 일정한 일수 이상을 일해야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고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법원의 판단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가 법적 테두리를 넘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노조 역시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로 맞서고 있다.

현대차가 주장하는 것처럼 법적 판단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뒤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처럼 통상임금 산정하자는 노조 요구에 난색

▲ 하부영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노조는 애초부터 통상임금 판결이 잘못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들며 현대차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면 기아차와 동일한 형태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요구와 기아차 노사의 통상임금 합의 등에 관계없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애초 방침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사원급 직원이 최저임금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2018년 12월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격월로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반으로 나눠 매달 기본급의 50%씩 지급해 월별 최저임금을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조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으면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어 논의에 난항을 겪는 상태다. 현대차가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데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문제를 아우르는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현대차 노사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대자보를 통해 “32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기아차 노사가 통상임금에 합의하면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요구안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포함해 투쟁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정했다”며 “기아차의 잠정합의가 최종 통과되면 현대차 임금체계를 기아차와 동일하게 적용할 때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