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나흘 동안 집중교섭을 벌였음에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임단협 핵심쟁점이던 기본급 인상 여부를 두고서는 동결하기로 합의했지만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노동조건 개선을 놓고 노사 양쪽의 견해차가 커 임단협 타결에 실패했다.
11일 르노삼성차 노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임단협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사는 이후 교섭날짜도 확정하지 않았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임단협을 진행해야 하는 건 맞지만 향후 잡혀 있는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5~8일 집중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르노삼성차 노사는 최대 난제로 꼽히던 기본급 동결에는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이유를 묻자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대신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조건 개선 문제도 노사의 간극이 컸다. 노사는 구체적으로 생산라인 속도 조절을 놓고 대립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 후속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시간당 생산대수 60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노조는 다른 완성차기업과 비교해 현재 노동 강도가 지나친 편이라며 55대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현재 시간당 생산대수는 66대다. 자동차를 1분에 1.1대씩 만드는 셈이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다른 국내 완성차기업의 시간당 생산대수는 40여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2012년 이후 근로자 수 감소에도 생산량은 늘어나는 등 노동 강도도 세졌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은 2012년 5800만 원에서 2016년 2억2천만 원으로 4배가량 높아졌다.
노조 관계자는 “2012년 이후 부산공장 근로자가 1600여 명 줄었음에도 생산량은 계속 늘어났다”며 “한 사람당 작업량이 꾸준히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시간당 생산대수를 낮추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시간당 생산대수가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며 “본사가 부산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줄어들면 후속물량 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전환배치 문제를 놓고도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전환배치 문제는 경영권의 영역이라며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반면 노조는 강제로 전환배치 됐을 때 노동강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점과 사실상 전환배치를 계기로 공장을 떠나는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내세우며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회사가 근로자를 다른 부서로 보내기 위해서는 노조와 ‘협의’하면 된다. 노조는 사실상 '통보'인만큼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수준인 ‘합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를 원하지 않는 부서로 발령낸 뒤 견뎌보라는 식으로 전환배치가 이뤄진다”며 “적응하면 다행이지만 버티지 못하고 3개월 안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회사는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도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노조 쪽에서 신규 인력을 200명 투입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현재 부산 공장 인력이 2300명인 것과 비교하면 10%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라며 “기본급 인상보다 훨씬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포기한 만큼 근로조건 개선은 양보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지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 동결도 받아들이면서 근무강도, 강제 전환배치, 외주 용역화 문제만 들어달라고 했다”며 “이것만 들어달라고 했는데도 회사가 외면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집중교섭 마지막 날이었던 8일 먼저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11일 주간에 이어 야간에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조만간 '투쟁장소'를 외부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전면파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이전처럼 부분파업을 벌이겠지만 장소가 회사 내부가 아닌 바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