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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뉴시스> |
증권시장이 뜨겁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였던 2200선을 겨냥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사상 최고액을 돌파했다. 코스피지수가 연내 2700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시장의 부침은 하루 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다. 워낙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리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는 원동력으로 외국인들의 매수가 꼽힌다. 이 때문에 외부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내 증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식시장을 외국인들에게 개방하기로 한 점도 우리나라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증시가 국제증권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증시가 신흥시장지수에 포함되면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 물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당국은 다음달 4일 외국인의 주식 직접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증시운용 규정을 발표한다. 이 규정에 따라 외국인 주식거래가 시행되는 것은 6월15일이다.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에서 중동지역 산유국 6개 국가 모임인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에 투자한 기업들만 주식 직접거래가 가능했다. 다른 외국인들은 GCC 회원국의 투자펀드를 통한 간접 거래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개인투자자의 투자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주식시장 개방도 그 일환으로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는 지난해 저유가로 크게 폭락하는 등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지만 개인투자자가 거래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변동성도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 시가총액은 5천억 달러 이상으로 국영 통신사 사우디텔레콤과 국영 석유화학사 사빅 등 162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기업공개가 활발한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상장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상업은행은 60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아랍권에서 상장한 기업 가운데 1위, 세계에서 알리바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중동지역에서 가장 활성화된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증시 개방으로 5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가 개방되면 내년이나 내후년께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난해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증시가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신흥시장지수에 포함될 경우 시가총액 비중은 러시아와 멕시코 수준인 4~4.5%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신흥시장지수에 포함된 우리 증시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신흥시장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타르와 UAE가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되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2000억 원대 물량을 한번에 매도하기도 했다. 카타르와 UAE 증시가 MSCI 신흥시장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MSCI지수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이라며 “국내증시가 신흥시장지수에서 선진국(DM)지수로 올라서지 않으면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증시는 2008년 이후 매년 선진국지수 편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