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항거' '더 페이버릿' '칠곡가시나들', 여성 주인공 풍년

▲ 영화 '캡틴 마블' 스틸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배급하는 영화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 논란을 딛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 흐름인 ‘페미니즘’에 영향을 받아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영화들이 대거 쏟아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캡틴 마블이 매출액 점유율 80.7%를 차지하면서 박스오피스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캡틴 마블은 개봉한 지 이틀 만에 관객 77만 명을 모았다. 개봉 첫 날에만 46만 명을 모았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예매율은 88%을 나타내 예매관객으로만 56만 명을 더 모으게 된다. 캡틴 마블은 이틀 만에 누적 매출 66억 원을 냈다. 

캡틴 마블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서 배급하는 영화다. 제작사 '마블 시네마틱 스튜디오(MCU)'에서 만든 마블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히어로 영화다. 마블 시네마틱 스튜디오는 역대 처음으로 여성 주인공을 단독 히어로로 앞세웠다. 

영화 제작진은 캡틴 마블을 ‘페미니즘 영화’로 표방했다. 주연 배우인 브리 라슨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캡틴 마블은) 위대한 페미니스트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영화”라며 “평단을 장악한 백인 남성 말고 ‘유색인종 여성’들의 비평을 더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캡틴 마블은 여성 히어로를 단독으로 앞세운 것에 더해 2명의 감독 가운데 애나보든 감독은 여성이고 작가진도 여성 위주로 구성됐다. 북미 지역에서는 개봉날짜를 ‘세계 여성의 날’인 8일로 맞추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앞선 6일 개봉했다. 

하지만 이런 기조에 반발한 일부 남성들은 개봉 전에 인터넷에 최하평점을 매기고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성별 대결 양상이 심해지자 평가란을 폐쇄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 ‘영화’에서 남녀의 평점이 뚜렷하게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3점대, 여성은 9점대의 평가를 내렸다. 

캡틴 마블을 비롯해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배급회사를 기준으로는 롯데컬처웍스와 CJENM 두 회사가 배급한 영화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2위, CJENM ‘사바하’가 3위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들었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2월27일 개봉해 지금까지 91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누적 매출 72억 원을 냈다. 매출액 점유율 4.7%를 차지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 영화도 여성 주인공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유관순 열사와 서대문 감옥 8호실에 있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삼일절을 기념해 개봉한 영화로 독립운동의 한 축이었던 여성을 새롭게 주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바하는 CJENM이 배급하는 영화로 2월20일 개봉해 지금까지 22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누적 매출 186억 원을 냈으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있다.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로는 ‘칠곡 가시나들’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더 와이프’가 관심을 모았다.

칠곡 가시나들은 7명의 할머니들을 내세웠다. 인생을 80년을 넘게 산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작사는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에게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캡틴 마블' '항거' '더 페이버릿' '칠곡가시나들', 여성 주인공 풍년

▲ 영화 '칠곡가시나들' 포스터.


김씨는 편지를 통해 “1930년대 태어난 ‘가시나들’에게 배움의 기회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박해와 가난 속에서 ‘어머니의 자리’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위로를 건넸다. 

그는 “이제 ‘가시나들’이라는 말은 나이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패기, 나이에 꺾이지 않고 설렘과 기쁨의 청춘을 살아가는 지혜, 유쾌하고 호탕한 유머와 사려 깊은 통찰, 그런 말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칠곡 가시나들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은 2월25일 CJCGV와 메가박스 독과점에 대항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 두 곳을 제외하고 상영됐다. 스크린 수가 적은 것에 비해 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비교적 흥행했다.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국내에서 관심을 모았다. 올리비아 콜맨은 영국 여왕 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여우주연상을 탔다.  

영화에는 여성 주인공 3명이 등장한다. 여왕과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금까지 12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더 와이프는 남편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내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인 남편이 노벨문학상을 타게 되는데 수상을 하게 되기까지 아내가 뒤에서 숨은 노력을 해온 것을 조명한 작품이다. 

주연 배우인 글렌 클로즈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위해 평생을 희생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더 와이프는 지금까지 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