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사모펀드로부터 KCFT의 지분 인수를 제안받고 이를 검토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 역시 인수에 적극 관심을 보여 두 회사가 각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수 참여 요청이 들어와 현재 살펴보고 있고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KCFT는 지난해 2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LS엠트론의 동박·박막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에 전지박을 납품하고 있으며 핵심 고객은 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 CATL, LG이노텍 등이다.
전지박은 2차전지 음극 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막으로 전기차배터리의 핵심 부품이다. KCFT는 기술 난도가 높은 5~6마이크로미터(㎛) 이하 극박 전지박의 양산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전지박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매물로 내놓은 것은 KCFT의 지분 10~20% 정도다. 이를 가치로 따지면 최대 2천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당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KCFT의 지분 100%를 손에 넣는데 들어간 돈은 3천억 원이지만 KCFT의 전지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체지분 가치가 1조 원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KCFT는 2015년 매출 1600억 원을 냈으며 올해는 3천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는 지분 매각과 함께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을 주요 주주로 확보하면 기업공개에서 유리한 만큼 이번 지분 매각은 기업공개를 앞둔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포스코와 SK가 인수금액으로 얼마까지 제시하느냐에 따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전체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돌릴 수도 있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을 통해 배터리부문에만 1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 등 2차전지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자회사로 2차전지 소재사업을 하는 포스코켐텍을 점찍어뒀다. 4월1일에는 포스코켐텍이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하면서 소재사업 확대를 본격화한다.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최 회장은 2차전지 소재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전지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이 쓸 수 있는 실탄도 넉넉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포스코의 유동자산은 35조 원에 이른다.
포스코는 1월 콘퍼런스콜에서 “성장사업을 검토하다보면 포스코와 맞는 물건이 있어 인수합병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투자비 가운데 1조 원의 예비비를 잡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1973년 고로에서 처음으로 쇳물을 뽑은 이후 50년 가까이 철강사업을 하면서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합병으로 늘린 계열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신사업은 순탄치 못했다.
업계에서 최 회장의 인수합병 전략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올해 철강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철강과 관련해서는 해외 투자나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신성장부문 관련 투자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