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개인적 이익 규모가 35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가 6일 낸 ‘사익편취 회사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집단 24곳의 총수 일가들은 2018년 9월 기준 전체 계열사 39곳을 대상으로 사익편취행위를 통해 35조8천억 원 규모의 부(주식가치 기준)를 늘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개혁연구소 “대기업 총수 일가가 사익편취로 35조 얻어”

▲ 6일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집단 24곳의 총수 일가들은 2018년 9월 기준 전체 계열사 39곳을 대상으로 사익 편취 행위를 통해 35조8천억 원 규모의 부(주식가치 기준)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개혁연구소>


이 사익편취 추정액은 2016년에 국내 기업집단 계열사 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수 일가들이 얻은 것으로 나타난 31조 원보다 15.4% 많다. 

사익편취는 총수 일가를 비롯한 지배주주가 지분을 일정 이상 보유한 회사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대상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 이상)로 규정했다.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를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물산 SK 셀트리온헬스케어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에이치솔루션 두산 CJ 순이다. 

이 회사 8곳은 지분가치의 상승액 가운데 총수 일가가 1조 원 이상을 받은 곳으로 추정됐다. 총수 일가가 이 회사들로부터 얻은 이익이 전체 사익편취 추정액의 84.1%를 차지했다.

지배주주인 대기업 총수별로 사익을 편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살펴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사익편취액이 전체 금액의 44.9%로 추정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환사채를 이용한 편법상속 의혹이 있었던 에버랜드의 상장차익이 반영돼 선두에 올랐다. 다만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 이후 떨어지면서 전체 사익편취 추정액은 6조5천억 원으로 집계돼 2016년 7조3천억 원보다 다소 줄었다. 

최태원 회장은 SK 한 곳에서 5조 원을 부당하게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서정진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계없이 창업주로서 개인적 이익을 부당하게 얻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서 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은 30% 이상 쥐고 있다”며 “셀트리온이 상품 대부분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거쳐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가치 증가는 ‘회사의 기회 유용’에 따른 사익편취”라고 바라봤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사익을 부당하게 얻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다만 사익편취를 통해 늘어난 부의 추정금액은 2018년 기준 3조1천억 원으로 2016년 3조6천억 원보다 다소 줄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광범위한 사익편취를 막으려면 공정거래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아니라 상법을 통해 일반적으로 금지하면서 처벌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