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이 최근 운수권 배분에서 부산~싱가포르 운수권을 따내지 못하면서 저비용항공사 사이 경쟁에서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그동안 추진해오던 노선 다변화를 통한 외형 확대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 운수권 배분 '빈손', 공격적 노선 확대전략에 타격

▲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이 부산~싱가포르 노선 운수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저비용항공업계의 노선 확대 경쟁에서 큰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2018년 한 해 동안 국제선 노선 13개를 신규 취항했다.

신규 취항 수는 국내 항공사 가운데 제주항공에 이어 2위다. 26일에는 인천공항공사가 선정한 2018년 인천공항 출발 항공편을 가장 많이 늘린 항공사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업계에서는 ‘단거리에는 더 이상 신규 취항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출발지와 도착지 모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천, 김해, 제주, 대구 등 주요 공항의 슬롯(공항별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가 대부분 저비용항공사는 유명 단거리 여행지에 취항이 모두 끝난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티웨이항공이 부산~싱가포르 노선을 빼앗긴 것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부산~싱가포르 노선이 성장성이 매우 높은 ‘황금노선’일 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가 그동안 운항하지 못했던 중거리노선 정기편을 운항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였기 때문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첫 중장거리 노선인 부산~싱가포르 노선 운수권 배분은 단거리 노선 위주의 운항 전략에서 중장거리 노선으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들의 첫 중장거리 노선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단거리 노선 경쟁 심화 국면에서 중거리노선 확보는 경쟁 회피와 중장기적 성장기반 확보 측면에서 필수적”이라고 파악했다.

티웨이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들이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싱가포르 노선에 가장 공을 들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조종사들을 싱가포르 현지에 있는 보잉의 조종사 훈련센터에 파견해 B737-MAX8 항공기의 모의비행 훈련을 진행하는 등 싱가포르 노선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B737-MAX8 항공기는 최근 저비용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보잉사의 신형 항공기다. 기존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길기 때문에 싱가포르 등 중거리 노선을 운항하는데 필수적이다. 

티웨이항공의 외형 확대전략에 제동이 걸리면 현재 저비용항공사 2위 진에어, 4위 에어부산과 벌이고 있는 순위 싸움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티웨이항공은 2018년 기준 4위 에어부산과 매출 격차가 771억 원으로 크지 않다.. 에어부산 역시 이번 부산~싱가포르 노선 운수권 경합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대신 부산~울란바토르 노선 추가 운수권을 비경합으로 손쉽게 차지했다.

2위 진에어와의 싸움에서도 진에어가 현재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신규 노선을 늘리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도 티웨이항공에게 이번 운수권 배분은 추격하는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이번 운수권 배분결과와 관련해 따로 드릴 말이 없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노선에 취항할 것인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적극적으로 중거리 노선을 개발해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밤 부산~싱가포르, 인천~울란바토르, 부산~울란바토르 등 16개 노선 운수권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저비용항공사 사이 경쟁이 치열했던 부산~싱가포르 노선의 운수권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은 아시아나항공이 배분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