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사임할 뜻을 내놓은 뒤 해운업계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해운 재건을 위해 중요한 시점에서 유 사장의 퇴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을 누가 맡으려 할까, 내부에서 해운재건 걱정 커져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2019년은 현대상선에게 매우 중요한 해로 여겨진다. 2020년부터 일어나는 해운업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2019년은 현대상선에게 무척 중요한 해”라며 “2019년의 성과에 따라 2020년 이후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동맹 2M과 체결하고 있는 전략적 협력관계(2M+HMM)가 2020년 3월에 종료된다. 현대상선이 새 해운동맹(얼라이언스)를 구해야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업계에 30년 동안 몸 담으며 축적해온 유 사장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현대상선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3월에 전 세계 해운회사 CEO들이 모이는 박스클럽회의가 개최되는데 유 사장이 그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지, 신임 사장이 참석할지, 아예 현대상선 관계자가 참석을 못하게 될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라며 “글로벌 선사의 CEO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인만큼 해운동맹 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논의될 수도 있는데 해운업계에서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유 사장이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면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에 대응하는 데도 유 사장의 부재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상선은 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황산화물 정화장치)를 설치한 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해 놓았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모든 선박을 건네받는다면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현재 40만 TEU 수준에서 100만 TEU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원양 해운업에서 높은 선복량은 원가를 절감하고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을 준다. 

문제는 늘어난 선복량을 화물로 채워야 선복량 증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해운업계에서는 유 사장의 폭넓은 네트워크가 현대상선의 늘어난 선복량을 채우는 데 필요한 영업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산업은행이 계속해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놓고도 현대상선 내부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유 사장의 후임으로 해운 전문가가 아닌 금융 전문가를 임명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유 사장이 현대상선 사장에서 물러날 뜻을 공개적으로 내놓은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새 대표의 윤곽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으면서 추측은 더욱 무성해지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년부터 세계 해운업계의 환경이 급변하기 시작하는데 해운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현대상선 사장 업무를 맡는다면 해운업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문제는 국내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현대상선이 유일한 상황에서 현대상선 사장 업무를 수행할 만한 해운 전문가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현대상선 사장의 임금 수준을 살피면 외국인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한 것을 볼 때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 내부에서는 국내 해운 전문가가 과연 현대상선 사장 자리에 앉으려 하겠냐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온다. 유 사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실적과 관련된 압박을 끊임없이 받아온 데다 현대상선이 올해 안으로 흑자를 내는 것이 힘든 상황이라 ‘잘 해야 본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 사장의 퇴임이나 후임 사장과 관련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유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완전히 물러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을 지속할 것이며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좋은 사람을 선임해 해운재건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