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모두 대표이사를 맡지 않는다.

이들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들로 꼽히는데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환 우유철 정진행 후방에 자리, 정의선 현대차 친정체제 강화

▲ (왼쪽부터)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25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공시한 내용을 종합하면 김용환 우유철 정진행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3월에 열릴 각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되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최근 포스코에서 영입한 안동일 사장을 비롯해 박종성 당진제철소장 부사장과 서강현 재경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에 올리기로 했다.

주총 이후 열릴 이사회에서 안동일 사장이 현대제철 단독 대표이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도 이건용 부사장과 김두홍 재경본부장 전무만 사내이사에 올리고 우유철 부회장은 제외하기로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현대건설은 아예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지 않는다. 정진행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남고 박동욱 사장의 단독대표이사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애초 2018년 12월 실시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과 사장단 인사에서 김용환 우유철 정진행 부회장이 각 계열사로 전보되자 이들이 각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공동대표이사를 맡을지, 각자대표이사를 맡을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들은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도 맡지 않게 됐다. 사실상 각 계열사의 미등기임원으로서만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경영보폭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역할이 축소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용환 우유철 정진행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그룹 경영을 했던 시대에 현대차그룹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김 부회장은 정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그룹의 핵심 책사형 참모로 현대건설 인수전과 한국전력공사의 옛 삼성동 부지 인수전에서 역량을 발휘했으며 우 부회장은 현대제철 대표로만 10년 가까이 일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현대차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만 7년가량 맡았다.

물론 이들이 각 계열사의 이사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제철의 실적 반등을 위해 자동차용 강판사업에서 현대차와 시너지를 내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 부회장은 현대제철에서 오랜 기간 품질경영에 힘을 쏟은 만큼 현대로템의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강화에서 역량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서도 오랜 기간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했는데 이 기간에 현대차의 기획전략과 대관 등 주요 업무를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