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18년 11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카드사들이 소형 가맹점을 돕는 정부정책 방향에 힘입어 대형 가맹점에 카드 수수료 인상안을 꺼내 들었지만 대형 가맹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18일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카드사 8곳은 연 매출 500억 원을 초과하는 통신사,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에 3월1일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카드사들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는 현재 1.8~1.9%인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2.1%까지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연매출 500억 원 초과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1.8~1.9%에서 2.1~2.3%로 인상하기로 했다.
카드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연 매출 500억 원 초과 가맹점 2만3천여 곳이 8700억 원의 카드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사를 중심으로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상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회신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지난해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카드 수수료율까지 오르면 부담이 더욱 크다”이라며 “카드업계가 제시한 인상안을 놓고 최대한 인상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카드 수수료체계 개편으로 줄어들 중소상공인 가맹점으로부터의 수수료 수익을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올려서 보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8년 11월26일 당정협의를 통해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 구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정부 방침에 맞춰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고 개정안은 올해 1월29일부터 시행됐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3 제3항은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별 협상으로 개별적으로 결정돼 왔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협상에서 대형 가맹점과 비교하면 협상력이 열세에 있어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인상안을 제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이번에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카드 수수료율 인상안을 꺼내들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정부의 카드 수수료개편에 힘입은 것인 만큼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금융위는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중소 가맹점보다도 낮은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카드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의 반발이 거센 만큼 카드 수수료율 인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방향인 만큼 무작정 반대는 못해 어느 정도 인상안을 받아들인 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것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