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형 은행들이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몰려들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특정 금융 서비스를 혁신 서비스로 지정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시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월16일 서울 마포구 창업허브에서 열린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들은 관련 규제와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선점 등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금융 규제박스에 들어가는 것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은행 등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신청을 하고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되길 기다리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정부의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회사는 모두 88개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55개를 웃돈다.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들은 물론 비바리퍼블리카, 핀다 등 핀테크 대표 회사들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해 참석했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여러 개의 금융 서비스를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한 회사가 있을 정도로 회사들의 움직임은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신청서가 접수됐다”며 “복수의 서비스를 신청한 회사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을 외면했던 대형 은행들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얻을 이익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은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대형 은행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우선심사 대상에 선정되면 대형은행들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특히 빅데이터 활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은행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빅데이터를 각종 규제의 제약없이 분석해 상품으로 출시할 수 있길 바랐다”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러한 길이 열린다면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와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핀테크회사 인수를 허용할 것이라는 점도 대형 은행들이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우선심사 대상에 선정되기만 한다면 관련 기술력이 당장 부족하더라도 핀테크회사 인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 금융업 관련 법안에 금융회사가 자회사로 핀테크회사를 둘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정된 법안은 이르면 2월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