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02-08 15: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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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인공강우 연구하는 것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이 사실상 급조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인 만큼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 2019년 1월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격납고에 주기해있는 기상청 기상항공기 앞에서 이철규 국립기상과학원 연구관이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연소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과학계에 따르면 환경부와 기상청이 1월 인공강우 실험에 실패하면서 실험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1월25일 전라남도 영광에서 기상 항공기를 이용해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미세먼지 감소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2014년부터 매년 10억 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5년째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제안 자체가 비경제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공강우는 본래 강우량을 늘려 가뭄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연구되던 기술이다. 따라서 아직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인공강우 선진국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확인될 정도의 비를 일으킨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1월29일 JTBC와 인터뷰에서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보려면 시간당 5~10밀리미터(mm)의 비가 내려야 하는데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좋은 미국도 그렇게 못 한다”며 당장에 인공강우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과학적으로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초연구 단계를 거쳐 인공강우가 실용화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인공강우 실험을 두고 ‘현대판 기우제’라는 비아냥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1월29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인공강우 기술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의미부여용 이벤트 창출에만 열심이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인공강우 연구에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약 60년 동안 인공강우 연구를 하고 있는데 관련 예산만 약 800억 원에 이르고 전문 연구인력은 4만여 명에 이른다. 가뭄이 심했던 2007년 랴오닝성에서 로켓 1500발을 발사해 2억8300만 톤(t)에 달하는 비를 내리게 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중국도 아직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인공강우 연구를 계속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정헌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는 1월26일 YTN에 출연해 “미세먼지를 한 번에 해결하는 대안으로 인공강우가 언급되는 건 시기상조”라며 “하지만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연결되고 과학적으로 분석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