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하고 있는 증설작업은 범용고무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늘리는 것으로 시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생산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 생산량 1위 회사로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증설이 완료되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B라텍스시장은 최근 3년 동안 1년에 8~10%씩 성장하고 있다”며 “금호석유화학은 증설을 마치면 NB라텍스가 연 매출 7천억 원,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안으로 자회사 금호미쓰이화학의 주력제품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의 생산량을 기존 25만 톤에서 35만 톤으로 늘리는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MDI는 자동차 내장재, 냉장고 단열재, 액화천연가스 보냉재, 건축자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핵심 원재료로 글로벌 수요가 2022년까지 연 평균 5%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를 넘어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증설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천억 원을 투자해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의 주력제품인 페놀 유도체 비스페놀A의 생산량을 기존 45만 톤에서 2021년까지 65만 톤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KB증권은 금호피앤비화학의 페놀 유도체가 지난해 271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금호석유화학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한다.
비스페놀A의 전방제품 폴리카보네이트가 중국에서 증설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 확인된 중국 증설만 올해 40만 톤, 내년 92만 톤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중국의 폴리카보네이트 증설만 바라보지 않고 자체사업 에폭시수지 생산설비도 늘려 비스페놀A의 수직계열화 효과를 누리겠다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두 차례의 증설로 기존 13만 톤의 에폭시수지 생산량을 20만 톤까지 늘리려 하고 있다.
에폭시수지는 알루미늄 제품의 내부 코팅제나 건설, 선박, 자동차 등의 도료로 쓰이는 제품으로 비스페놀A, 에피클로로히드린, 가성소다를 원료로 만든다.
이동욱 연구원은 “최근 가성소다 가격이 급락해 에폭시수지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가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이처럼 특정부문의 증설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이미 불황의 전조를 체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가능한 부문을 육성해 업황의 어려움을 뚫고 나가겠다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018년 영업이익으로 5542억 원을 거둬 2017년보다 영업이익 111% 급증했다. 그러나 2018년 4분기만 놓고 보면 83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직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44.4% 줄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2018년 4분기 자체사업인 합성고무와 합성수지가 모두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함께 줄어들었다”며 “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이어져 합성고무와 합성수지가 수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