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증권회사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회사들은 금산분리법에 따라 은행에 대한 지분 보유가 제한되는 점을 감안해 컨소시움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 증권회사,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투자협회와 증권회사 8개는 공동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예금과 대출 등 모든 은행업무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은행이다. 소비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같은 은행을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은행과 달리 영업점이 없거나 콜센터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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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
금융투자협회와 증권회사들은 지난 2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태스크포스을 결성했다. 이 곳에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옛 이트레이드증권), 키움증권, 코리아에셋증권, KDB대우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이 태스크포스는 오는 8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찰스슈워브은행 등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슈워브은행은 총자산 1033억 달러의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업계 1위로 온라인 증권회사 찰스슈워브가 운영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뒤 증권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보고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중국의 알리바바나 텐센트처럼 국내에서도 모바일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권회사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기존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강한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 1월 온라인 전용증권회사인 키움증권의 특성을 살려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고 직접 밝혔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증권회사와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회사의 계좌간 호환성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창구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증권회사, 컨소시엄 구성할까
증권회사들은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공동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법은 금융회사 한 곳이 은행지분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전체의 4%까지만 살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0% 모아 독립법인으로 만들려면 증권회사가 10개 이상 모여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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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15~3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대 30%까지 한도가 늘어난다고 해도 증권회사 4개는 손을 잡아야 한다.
증권회사들은 금융위원회가 검토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최소자본금 500억 원을 한 회사가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자본금이 시중은행의 1천억 원보다 적지만 지방은행의 250억 원보다는 많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회사는 한국 가계 금융자산의 45%를 차지하는 현금과 예금을 추가적 수익원으로 기대할 수 있다”며 “은행업의 속성상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중소형 증권회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러 증권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6일 공청회에서 발표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계획안에 따라 논의가 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에 대규모 시설투자와 마케팅비용이 필요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적자가 예상된다”며 “추가적 자본확충과 증권회사간 자본력 차이 등을 고려하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