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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희 강남구청장(가운데)이 6일 서울시청에서 한국전력 부지 개발 계획에 반대하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뉴시스> |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 개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복병을 만났다.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서울시를 항의방문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에 한전부지 개발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턱없이 낮은 공공기여 비율과 교통대책 미비 등의 이유로 반려됐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개발까지 갈길이 바쁜 상황인데 강남구 주민들의 반발이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7일 강남구에 따르면 강남구는 서울시가 한전부지 용적률을 최대 800%로 늘려주는 대신 기부채납을 공공기여금 형식으로 받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전부지는 현행 용적률이 250%인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돼있다. 서울시는 이 용적률을 높여주고 약 1조5천억 원을 공공기여금으로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6일 강남구 주민자치위원 10여 명과 함께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강남구 주민자치위원 40여 명도 이날 청사 1층 로비를 점거한 뒤 “한전부지 개발 등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확대 결사반대”를 외쳤다.
서울시는 한전부지 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잠실운동장 등을 포함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으로부터 공공기여금을 받아 올림픽대로탄천로 정비사업에 쓰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는 이 돈을 송파구 등 인근 다른 지역에 쓰지 말고 강남구 주민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가 강남구와 협의없이 국제교류복합지구인 현대차 부지의 개발방향을 결정하는 등 독단적 행정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남구 일부 주민들은 시장실 앞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강남구의 반발에 대해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사전협상,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등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지만 그동안 수차례 강남구의 의견을 청취했는데도 기습시위를 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운동장을 포함한 것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함이며 도시관리계획 변경절차를 거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공공기여의 쓰임도 협상자인 현대차와 논의할 부분이며 아직 협상을 시작도 안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구청장이 주민들을 선동해 청사에 무단으로 난입한 데 대해서도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전부지 개발 지구단위계획은 잠실운동장 등을 포함해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계획에 포함돼 있다. 2개 이상 자치구가 연관된 지구단위계획은 서울시장이 구청장에게 위임하지 않고 직접 수립할 수 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구청장이 주민들을 선동해 청사에 난입해 청사업무를 방해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는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교통체증 등 불편을 강남구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만큼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 아셈로 지하주차장 조성, 밤고개로 확장, 탄천 정비, SETEC 부지 개발 등 강남구 내에서만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여금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현대차그룹은 난처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의 주장이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강남지역 여론이 악화하면 현대차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에 한전부지 개발제안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다. 현대차가 제시한 공공기여 비율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교통대책이 부족한 점도 반려 이유가 됐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말 용적률 799%를 적용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571미터 115층 업무빌딩을 건립하는 내용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