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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벌 2~3세는 횡령이 잦을까

신현만 mannn@careercare.co.kr 2014-04-02  1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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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벌 2세나 3세들이 자산운용에 관심이 많은지 아세요?”

엊그제 어떤 분이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재벌 2세나 3세 경영자들이 사법처리되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핵심요인 중 하나가 돈 문제다. 회사의 돈을 가져다 자기 재산을 만들거나 부풀리기에 활용하려다 횡령혐의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왜 회사의 돈을 가져다 쓸까? 굳이 별도로 자산운용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079억 원을 배당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봉과 배당금을 합쳐 635억 원을 받았고, 수감생활을 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소득은 301억 원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연봉과 배당이 253억 원이나 됐다.

  왜 재벌 2~3세는 횡령이 잦을까  
▲ 최태원 SK그룹 회장
재벌 2~3세는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니다. 대부분 부모로부터 충분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자신과 가족이 쓰고 남을 만큼 충분한 보수나 배당을 받는다. 그런데도 왜 횡령까지 해 가며 자산운용에 나서는 것일까?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벌 2~3세가 상속받을 때 최고 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30억 원을 넘으면 최고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영권 프리미엄 과세까지 감안하면 세율은 최고 65%까지 치솟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이나 증여받게 되면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과세가 적용된다.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50% 이하면 20%의 할증이 붙고 50%를 초과하면 30%가 더 과세된다. 중소기업도 대주주 지분 50%를 기준으로 각각 10%와 15%의 상속증여세가 할증부과된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은 세금이 너무 과하다며 상속증여세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대부분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고, 또 그렇게 해야 회사의 지속성장이 가능한데 현행 세법체제에서 가업승계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기업인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으로 세금을 낼 경우 부모가 경영해 온 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기란 거의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계열사가 수십개씩 붙어 있는 그룹을 통째로 물려받으려면 편법이나 탈법을 동원해야 한다.

물론 능력만큼만 물려받으면 된다. 그게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다 물려받으려 한다. 많은 돈이 필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까지 이런저런 방식으로 세무당국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편법이든 탈법이든 세금을 줄이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무당국을 피하는 게 상당히 어려워졌다.

국세청 고위당국자의 얘길 들어 보면 주요 인사의 재산현황이나 대규모 자금이동은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된다. 세무당국이 모르고 넘어가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세금을 안 냈거나 덜 냈다면 세무당국이 알면서도 봐 줬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재벌 2~3세의 횡령은 부모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어떤 재벌은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형제나 사촌에게 보상해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총수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사느라 빌린 돈을 만들기 위해 회사 자금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기업인은 이혼한 부인에게 위자료를 주기 위해 회사 돈을 갖다 쓰기도 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사업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횡령한다. 증자를 해야 하는데 자신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증자 뒤 지분이 줄어들어 경영권이 불안해진다. 또 투자자들이 대주주에게 증자에 같이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업 전망이 밝은데 왜 우리만 투자하라고 하느냐. 당신도 투자하는 게 맞지 않느냐.” 뭐, 이런 식이다. 대주주도 같이 돈을 묻어 책임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많은 돈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회사 돈에 눈독을 들이게 되는 이유다.


  왜 재벌 2~3세는 횡령이 잦을까  
▲ 이재현 CJ그룹 회장
재벌 2~3세들이 횡령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불안감이다. 이들은 언제 기업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별도의 자금을 만들어 운영한다.

이들은 부모형제나 친지들로부터 언제든지 기업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 때문에 위기 때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직접 창업해 키워 낸 부모세대와 달리 이들은 기업을 이끈 경험이 별로 없다. 조직을 운영하고 사업을 결정하고 자금을 끌어오고 인재를 선발해 본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회사 경영에 자신이 없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다. 불안감은 그들 곁에 상존하면서 그들을 괴롭힌다.

사채시장에 나도는 돈의 출처는 대개 기업의 오너이거나 그들의 아들과 딸이다. 재벌가들은 십중팔구 사적으로 자산을 운영한다.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이들은 대개 자산을 관리하는 서류상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 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 놓기도 한다.

이들이 ‘얼굴없는’ 자산을 운영하는 것은 세금 문제도 있지만 자산의 출처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돈의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만들어 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 부분 회사에서 불법으로, 편법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산운영의 경험이 없다보니 돈을 잘못 굴리다 큰 돈을 잃기도 한다. 이들은 의외로 사기를 많이 당한다. 자산을 자신의 소유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 어렵다보니 사기꾼들이 위협하면 쉽게 손을 들고 만다.

이런 과정에서 손실이 커지면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다시 회사 돈을 가져오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재벌 2~3세들은 사채시장의 '전주'이자 이 돈을 이용하는 '단골고객'이 되는 것이다.

재벌 2~3세의 횡령은 본인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국가사회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없어져야 하고 없애야 한다. 특히 횡령은 본인과 기업 모두를 치명적 위기로 내 몬다. 자칫 회사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

기업이 사업부진 때문에 위기를 맞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영권이 흔들리면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위기는 경영권에 변화가 생길 때 찾아온다. 기업의 위기는 그래서 늘 경영권의 위기다. 경영자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경영자는 그래서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자기자신이 곧 회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현만은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회장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에서 창간 때부터 기자를 했고 한겨레신문 자회사 사장을 맡아 경제주간지를 발행하고 컨설팅사업을 전개했다. 아시아경제신문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보스가 된다는 것> <능력보다 호감을 사라>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이건희의 인재공장> 등 많은 베스트셀러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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