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D램 등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위축과 재고 증가에 대응해 올해 시설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크게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을 놓고 낙관적 전망을 보였다.
박성환 SK하이닉스 IR담당 상무는 24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전반적으로 저조해 출하량이 계획보다 줄었고 반도체 평균가격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조9380억 원, 영업이익 4조4300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이 2017년 4분기와 비교해 1% 줄었고, 2018년 3분기와 비교하면 32% 급감했다.
박 상무는 글로벌 서버업체가 반도체 재고 확보에 보수적으로 돌아서고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도 부진한 점을 메모리업황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SK하이닉스는 당분간 반도체업황이 침체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올해 시설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박 상무는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올해 1분기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2019년 반도체시설 투자를 축소하고 필요하다면 공정 전환투자의 속도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반도체시설 투자에 모두 17조 원을 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투자금액은 반도체장비 투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40% 줄이기로 했다.
반도체시설 투자가 줄어들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공정 전환투자도 늦춰진다면 SK하이닉스의 올해 메모리반도체 출하량 증가율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공산이 크다.
박 상무는 "시설투자를 보수적으로 전개하며 업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며 "새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 투자는 축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며 수요 증가를 이끌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보였다.
인텔의 새 CPU 출시가 PC와 서버용 반도체의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 평균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석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 상무는 "올해 상반기는 D램 공급과잉이 더욱 심해지겠지만 하반기부터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 증가율이 연간 기준으로는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이 일부 증권사의 관측대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출하량을 크게 늘려 물량공세를 벌이며 업황 악화를 이끌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것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공급 조절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