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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소차 '퍼스트 무버'로서 투자 지속할 기초체력 충분한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1-21 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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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했다. 수소차 분야에서는 '퍼스트 무버'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지, 지속적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지니고 있는지 등을 놓고 의구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수소차 '퍼스트 무버'로서 투자 지속할 기초체력 충분한가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21일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현대차가 2030년까지 모두 7조6천억 원을 수소차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놓고 회의적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현대차 투자계획이 시장에서 결실을 맺으려면 현재 사실상 전기차가 독식하고 있는 친환경차시장을 수소차가 일정부분 잠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산업 조사기관인 마크라인즈 등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판매된 순수전기차는 100만 대를 넘지만 수소차는 이제 고작 1천 대 넘게 생산됐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그동안 수소차보다는 전기차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수소차시장의 규모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앞으로 현대차가 수소차시장에서 빛을 보기 위해 가야할 길이 매우 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수소차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인 만큼 친환경차시장에서도 전기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수소차 개발은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2025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등을 포함한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5년 2200만 대, 2030년 36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차가 전기차와 경쟁해 일부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면 현대차의 선도적 ‘퍼스트 무버’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토요타를 빼면 경쟁자도 없어 독점적 또는 과점적 지위 확보에 따른 큰 수혜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정부의 수소차 지원정책에 힘입어 수소차의 판매가격을 현재 7천만 원 안팎에서 향후 5~6년 안에 3500만 원대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판매가격에서만 최소 1.5배~2배 차이가 나는 전기차와 경쟁에서 수소차가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도 수소차의 연간 10만 대 생산체제가 구축되는 2025년경부터 수소차부문에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수소차와 관련해 장기 투자를 꾸준히 밀고나갈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는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차가 출범 이후 한 사업분야를 초창기 단계부터 개척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 수소차 투자가 처음이다.
 
현대차, 수소차 '퍼스트 무버'로서 투자 지속할 기초체력 충분한가
▲ 현대자동차 '넥쏘'.

사실상 모험이라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만한 장기적 안목과 의지가 중요하다. 

현대차는 그동안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대중차에서 고급차로, 세단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로, 가솔린차에서 디젤차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옮겨가는 모든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시장 흐름을 뒤쫓는 데 급급했다.

이런 흐름에 뒤늦게 대응하다가 디젤 세단처럼 생산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여태껏 뚝심있게 투자해 결실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수소차 전략의 지속가능성에 불안한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현대차가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장에서 다양한 차종을 놓고 전방위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가솔린차에 이어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에 모두 대응했고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이어 고성능 브랜드 N을 론칭했다.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SUV시장에도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를 내걸고 전동 모빌리티의 개인화, 커넥티드 서비스 확대, 인공지능 혁신거점 구축 등에도 나서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규모에 비해 큰 무리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지지 못한 상황에서 수소차라는 새 사업분야에 역량을 쏟는 것은 현대차에게 큰 위험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칫 수소차 투자가 기업의 역량만 분산하는 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차의 투자계획을 볼 때 수소차 투자가 현대차에게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는 협력기업 124곳과 함께 2030년까지 모두 7조6천억 원을 수소차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간 투자비로 따지면 약 7천억 원 되는 것인데 이는 현대차가 내는 1년 매출의 1%에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수소차시장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투자계획도 그룹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충분히 검토돼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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