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계열사인 반도체기업 동부하이텍의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동부하이텍 매각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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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 등과 함께 동부하이텍 매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와 올해 걸쳐 두 차례 매각이 무산됐다.
동부그룹 제조업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옛 동부CNI)는 동부하이텍 매각 추진과 관련해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매각에 대해 산업은행 등과 협의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동부하이텍은 메모리나 프로세서 등 전자기기 시스템 작동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동부그룹 계열사다. 동부그룹이 자구책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매각대상이 됐다.
동부하이텍은 최근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 반도체위탁생산회사 SMIC가 사실상 인수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동부하이텍 매각을 추진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IA컨소시엄이 인수를 포기해 무산됐다.
동부하이텍은 예상 매각가격이 약 2천억 원이다. 그러나 6천억 원 수준의 신디케이트론을 부채로 보유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은행이 모인 차관단이 동일한 조건 아래 시행한 대출이다.
동부하이텍은 신디케이트론 이자율 책정방식으로 대출 초기엔 저금리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를 올리는 ‘스텝업’ 방식을 채택했다. 이 때문에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은 이자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은 동부하이텍 매각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하이텍이 지난해 상당히 좋은 실적을 냈으며 현금상환능력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5677억 원과 영업이익 437억 원을 냈다. 2001년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흑자가 났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약 15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각전영업이익은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를 빼기 전의 영업이익을 가리킨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채권단은 동부하이텍의 신디케이트론 이자율을 기존 10%대에서 5%대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이자율이 낮아질 경우 연간 이자비용을 약 300억 원 줄이게 된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냈으나 연간 600억 원에 이르는 이자비용 때문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동부하이텍은 채권단이 신디케이트론 이자율을 낮출 경우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