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hyunjulee@businesspost.co.kr2019-01-11 11: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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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훈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 회장이 도시정비와 도시재생 등의 비중을 늘려 한국토지신탁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
주택시장 침체, 경쟁 심화 등 악화되는 대외환경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 회장.
11일 한국토지신탁에 따르면 차 회장은 올해 차입형 토지신탁에 치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와 부동산신탁업계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위기를 알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비사업과 도시재생, 컨설팅업무 확대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회장이 인수한 뒤 한국토지신탁은 성장해 부동산신탁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한국토지신탁은 1996년 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공기업으로 설립돼 2009년 민영화 대상 기업에 올랐다. 차 회장은 2013년 본인이 회장을 맡고 있던 엠케이전자를 통해 한국토지신탁을 인수했다.
차 회장은 인수 뒤 공기업 특성상 고위험 사업 비중이 낮았던 한국토지신탁의 사업구조를 대폭 바꿨다. 위험이 크더라도 수익이 좋은 차입형 토지신탁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사업구조를 변경한 덕에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업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차입형 토지신탁에 치중된 사업구조로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사가 고객으로부터 토지를 수탁 받아 개발한 뒤 분양해 수익을 거두는 사업 방식으로 신탁사가 맡을 수 있는 신탁사업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택시장이 침체돼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탁사가 자금을 회수받기 어려워 손실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은 2018년 부동산시장 침체로 고전했다. 36곳에서 분양을 했지만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청약이 미달됐다. 특히 ‘제주 한림 오션 캐슬’과 ‘연천 전곡 코아루 더클래스’는 1순위 청약자가 없었다.
한국토지신탁은 2018년 순이익 1708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2017년보다 1.8% 늘어난 수준으로 2016년(77%), 2017년(38.2%)과 비교하면 순이익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토지신탁의 순이익 증가율은 2019년부터 5%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9년 주택시장 침체와 부동산신탁업 경쟁 심화로 한국토지신탁이 직면할 대외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의 ‘2019년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51%에 이른다.
금융당국이 10여 년 만에 신규 부동산신탁사를 인가하겠다고 밝히면서 NH농협금융지주나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부동산신탁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신규 부동산신탁사는 2년 동안 차입형 토지신탁 진출이 제한되지만 제한이 풀리면 자본력이 충분한 대형 금융회사들이 차입형 토지신탁에 진출할 것”이라며 “앞으로 부동산신탁업계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차 회장은 정비사업, 도시재생, 부동산 컨설팅 등의 사업 비중을 확대해 차입형 토지신탁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차 회장은 2016년 12월 부동산신탁업계 최초로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시도해 2018년 분양 3개월 만에 완전판매를 달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정비사업의 비중을 적극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차 회장은 2018년 5월 도시재생팀을 도시재생본부로 승격하고 도시재생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입지의 환경과 특성을 분석해주는 컨설팅 업무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 회장은 한국토지신탁을 인수한 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차입형 토지신탁의 비중을 늘린 경험이 있다”며 “지금도 악화되는 대외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