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경영 정상화로 가는 길이 한층 멀어졌다.

채권단으로부터 자율협약 이행기간을 2020년까지 2년 더 연장받았지만 자회사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탓에 경영정상화 가는 길 더 멀어져

▲ 이윤희 한진중공업 조선·건설부문 통합 대표이사 사장.


10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사태로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는 8일 필리핀 올롱가포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진중공업은 순차입금 이자비용을 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에 따른 후폭풍까지 감당하게 됐다.

2018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한진중공업의 순차입금은 2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진중공업은 2018년 12월 수빅조선소에 281억 원 규모의 자금을 대여하는 등 회생을 위해 애썼지만 수빅조선소는 결국 조선업 불황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지 못했다.

KDB산업은행은 수빅조선소 문제가 한진중공업 본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자회사인 STX대련이 2014년 회생절차를 개시한 2년 뒤 모회사인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절차에 들어간 사례를 보면 수빅조선소가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에 큰 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진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새로운 자구안 이행을 요구받게 될 수도 있다. 

한진중공업은 경영이 악화하면서 2016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2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2018년 말까지 토지 등을 매각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로 약속했다. 

이후 한진중공업은 차입금을 줄이는 일에 매진해왔다. 당초 목표했던 대로 2018년 말까지 2조1천억 원 규모의 토지를 처분하지는 못했지만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성실히 임했던 점을 인정받아 최근 자율협약 이행기간을 2020년 12월31일까지 2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게 됐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필리핀 법원이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는 데 길게는 6개월~1년까지 걸리는 만큼 한진중공업의 현금흐름이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필리핀 법원이 수빅조선소의 파산을 결정하면 최대 6천억 원까지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중공업의 순자산 규모가 5천억 원,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63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뼈아픈 손실이다. 

게다가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가 협력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물품대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내업체 284곳이 수빅조선소로부터 대금 700억 원을 받지 못했다. 수빅조선소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자재를 부산과 울산 지역의 업체에서 조달해왔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가 별도 현지법인이라 본사의 직접적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오거돈 부산시장이 9일 한진중공업을 찾아 “수빅조선소가 해외 현지법인이라고 해도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이 협력업체의 피해 예방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압박하는 등 한진중공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특별 상담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