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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지난 2월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서 지난해 성과와 올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수입차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BMW코리아가 성장통을 단단히 앓고 있다.
BMW코리아의 산증인이자 국내 수입차시장을 이끌어온 김효준 사장이 어떻게 이 성장통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MW코리아가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BMW코리아는 설립 첫 해인 1995년 7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4만 대 이상 판매하며 6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BMW코리아는 그러나 올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BMW를 턱밑까지 쫓아온 메르세데스-벤츠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벤츠는 올해를 기점으로 BMW를 뛰어넘으려 한다.
BMW가 한 해 3만 대 이상 팔리면서 얻은 대중적 이미지도 고민이다. 수입차는 고급 이미지를 먹고 사는데 대중적 이미지는 독이 될 수 있다.
젊은층의 수입차 구매 증가, 디젤차 돌풍 등 지금의 BMW코리아를 만든 환경도 예전같지 않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역사는 BMW코리아의 역사와 같다. BMW코리아의 역사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김효준 사장은 2000년부터 16년째 BMW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수입차시장을 이끄는 독일의 3대 브랜드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 CEO이기도 하다.
◆ 올해 들어 벤츠에 판매량 1위 빼앗겨
BMW는 올해 들어 부진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올해 1월과 2월을 합쳐 모두 6천여 대를 팔아 2위에 머물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기간에 7400여 대를 팔며 BMW와 격차를 벌렸다. 벤츠의 누적 점유율은 20.23%, BMW는 16.39%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벤츠 판매량은 2천 대 이상 늘어난 데 비해 BMW는 500여 대 이상 줄었다. 독일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누적 판매량이 줄어든 곳은 BMW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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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2월 출시한 A45 AMG 4매틱(4륜구동) |
BMW는 지난 1월 아우디에 밀려 월간판매량 3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BMW가 3위를 기록한 것은 2013년 9월 이후 15개월 만의 일이다. 벤츠는 1월과 2월 모두 1위를 지켰다.
BMW는 수입차시장의 절대강자다. 한국에 처음 진출한 뒤 몇 차례를 제외하고 1위 자리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BMW는 지난해 모두 4만 대 넘게 판매하며 수입차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간 4만 대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벤츠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3년 2만4천여 대 판매됐던 벤츠는 지난해 3만5천 대 넘게 팔리며 BMW와 격차를 크게 좁혔다.
BMW도 이 위기를 의식하고 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목표 판매량을 정확히 제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목표 판매량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 판매목표를 밝히기 힘들다”며 “올해도 변함없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입차시장이 25.5% 성장한 데 비해 다소 보수적 목표를 잡은 셈이다.
BMW코리아는 최근 SK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값의 17~20%를 할인해 판매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BMW코리아가 파격적 할인에 나선 이유로 최근의 판매부진을 꼽고 있다.
◆ 젋어진 메르세데스-벤츠, BMW 거센 추격
메르세데스-벤츠는 BMW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42%나 늘었다. BMW에 이어 두 번째로 연간판매량 3만 대도 돌파했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6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배가량 급증했다.
벤츠는 2년 전만 해도 아우디나 폴크스바겐의 추격에 2위 자리조차 힘겹게 지켰지만 올해 1위도 넘보고 있다.
벤츠가 급성장한 배경으로 젊은층과 여성고객의 유입이 꼽힌다.
벤츠코리아의 여성고객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고객의 37%가 넘는다. 다른 독일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BMW의 여성고객 비중은 30%도 되지 않는다.
'벤츠는 중년, BMW는 청년'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벤츠는 중후하고 BMW는 벤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고정된 이미지가 점차 깨지고 있다.
벤츠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내놓은 A클래스, B클래스, CLA, GLA 등을 지난해 3천여 대 정도 팔며 2013년보다 2배가량 더 팔았다.
2013년 벤츠코리아 대표 자리에 오른 브리타 제에거 사장은 적극적으로 신차를 출시해 다양한 고객을 벤츠로 끌어들이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모두 14종의 신차를 출시했다. 2년 전부터 E클래스를 시작으로 S클래스, C클래스까지 주력모델 모두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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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
브리타 제에거 사장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치열한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여성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1년 만에 이런 우려는 씻은 듯 사라졌다.
벤츠는 올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A클래스 고성능 모델인 A45 AMG 4매틱(4륜구동)을 시작으로 B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또 C클래스에 4매틱 모델을 추가하고, 메르세데스-AMG GT와 더 뉴 메르세데스-AMG C 63을 내놓는다.
벤츠는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이 탔던 차로 유명한 마이바흐도 가격대를 낮춰 다시 내놓는다.
벤츠가 올해 세운 목표 판매량은 4만 대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층을 노린 소형차부터 대형 세단까지 라인업을 강화해 전 연령층을 노린다.
벤츠는 올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도 대폭 확충한다. 올해 말까지 전시장은 9개, 서비스센터는 11개를 늘려 전시장은 39개, 서비스센터는 45개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 수입차시장 다변화하면서 가솔린차 선호 높아져
BMW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좋지 않다.
BMW의 급성장을 이끈 배경에 520d를 비롯한 디젤차의 인기가 있다. 김효준 사장은 과거 고유가시대에 맞춰 수입차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디젤차를 출시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수입 디젤차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수입차시장에서 가솔린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8월 26.8%의 저점을 찍은 뒤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수입차시장에서 가솔린차의 점유율이 30%를 넘기도 했다.
수입차시장이 점차 커지고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다시 가솔린차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차가 다양하게 출시되면 국내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정숙성을 중시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젤차는 연비가 좋아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소음이나 진동 등 정숙성이 가솔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디젤차는 해가 지날수록 소음과 진동이 심해진다. 이 때문에 몇 년 전 디젤차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차량 교체시기를 맞아 가솔린차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는 점도 BMW에 부담이다. 기름값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연비가 좋은 디젤차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대신 가솔린차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가 올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벤츠의 라인업이 꼽히기도 한다. 벤츠는 다른 수입차들에 비해 가솔린차 라인업이 탄탄한 편이다.
벤츠는 BMW나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가솔린차를 보유하고 있다. 벤츠의 1~2월 판매량의 40% 이상이 가솔린차다.
BMW의 디젤차 판매 비중은 85%를 넘는다. 반면 벤츠의 디젤차 판매 비중은 56.5%에 그친다. 앞으로 가솔린차가 인기를 끌면 BMW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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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의 효자 모델 520d |
◆ 대중적 이미지도 문제
BMW의 판매량이 급속하게 늘면서 대중적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잡은 것도 BMW 판매 증가율이 둔화된 원인으로 꼽힌다.
BMW는 한때 고급차의 대명사로 통했다. 하지만 연간판매량이 4만 대가 넘는 상황에서 고급차라는 이미지가 점차 희석되고 있다.
BMW의 효자모델로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질주하던 520d가 대표적이다. 520d는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으로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됐다. 지난해에도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BMW 520d는 2009년 이후 국내에서 3만 대 넘게 팔리며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이런 대중적 인기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가 눈에 띄게 많아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른 차를 타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BMW가 흔한 차가 돼버린 반면 고급 브랜드의 성장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신규 등록된 수입차 19만6천여 대 가운데 가격이 7천만 원 이상인 고급차의 시장점유율은 24.9%로 전년의 21%보다 눈에 띄게 상승했다.
1억5천만 원 이상의 초고가 차량의 등록대수는 5600여 대에 이르렀다. 2013년의 2900여 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초고가 차량은 전체 수입차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초고가 브랜드들은 최근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한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5배 이상 증가한 마세라티는 지난해 분당과 부산에 서비스센터를 연 데 이어 올 상반기 서울 강남에 새 서비스센터를 열고 자동차 전시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르쉐도 올해 10여 종의 신차를 출시하며 더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캐딜락은 지난해 503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68%의 성장을 이뤘는데 올해 100% 이상 증가한 1천 대 이상을 판매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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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
◆ 김효준, 1위 지킬 수 있을까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1년 계획이 있기 때문에 매월 실적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며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BMW는 올해 총 12종의 신차를 선보인다. BMW는 올해 1시리즈와 3시리즈가 초반의 판매부진을 타개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로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118d 어반은 올해 1월과 2월을 합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3%나 많은 650여 대가 팔렸다. 320d GT도 260여 대가 팔려 152.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BMW는 ‘뉴 액티브 투어러’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최초의 전륜구동 차량인 뉴 액티브 투어러를 국내에 내놓았다. BMW는 뉴 액티브 투어러가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모델인 만큼 신차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 출시될 7시리즈의 완전변경 모델도 벌써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김효준 사장은 올해 X5를 비롯한 가솔린차도 국내에 출시하려고 한다. 저유가시대에 맞춰 라인업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효준 사장이 한국시장에 대한 전략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판매량을 늘려 외형을 키웠다면 이제 부품 가격, 수리 기간 등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효준 사장도 지난 2월 “고객이 특정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가 주는 차별화한 혜택과 약속 때문”이라며 “늘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MW는 올해 전시장 8개, 서비스센터 10개를 확충하려고 한다. BMW가 현재 갖추고 있는 전시장은 40개, 서비스센터는 45개로 수입차업체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김 사장은 부품가격에 대한 불만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사장은 “부품가격과 공임 문제는 1년 365일 늘 고민하는 화두”라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