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였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 전환의 상징적 인물로서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강조했다면 성 장관은 기존 산업부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제조업 등 한국 산업계를 위해 미래 기술 육성과 연구·개발(R&D) 지원에 정책적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산업부는 2019년 연구·개발 예산도 4년 만에 증액했다. 산업부 연구·개발 예산은 2018년 3조1580억 원에서 2019년 488억 원(1.5%) 늘어난 3조2068억 원으로 책정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개발 예산을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 대책에 따라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와,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산업 육성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하면서 항공, 로봇, 바이오, 수소 등 신산업 육성에 1조1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기존 산업 기술이 발전하는 데 1조4207억 원을 쓰고 나머지 대부분을 신산업 육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산업부가 투자 대상으로 꼽은 신산업 분야는 민수용 헬기, 개인용 자율항공기, 항공기 부품 개발 등 항공·우주 분야와 돌봄·재활 등 서비스 로봇과 협동 로봇, 백신, 신약, 첨단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분야 그리고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기술 분야 등이다.
성 장관은 2018년 로봇인의 밤 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로봇시장에 자금 지원 등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로봇인의 밤은 산업부가 매해 주관하는 행사로 소관 부처 장관이 직접 참석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성 장관은 축사에서 “로봇산업이 제조업 활력 제고와 혁신을 위해 중요하다”며 “로봇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실증·사업화, 자금 조달 지원과 함께 제도 정비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사회적 추세에 따라 서비스용 로봇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에는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라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등 가치를 포괄하는 밸류체인 기술,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등에 지원을 강화하기로 계획도 세웠다.
성 장관은 2019년 수소차 보급을 2018년보다 436.2% 확대하는 것을 정책적 목표로 삼았다. 2018년 수소차는 국내에 746대 보급됐지만 2019년에는 4천 대까지 늘어나도록 지원해 세계시장도 선점할 만큼의 기초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산업부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도 시작하기로 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은 작지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 기술을 연구하는 데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사업이다.
그리스 연금술사(알키미스트)들이 철로 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지만 그들의 노력이 현대 화학의 시초가 됐다는 데서 착안해 정책을 만들었다.
성 장관은 관료 출신으로 산업부에서 잔뼈가 굵어 산업기술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부 장관으로 오기 전까지 특허청장으로 일해 4차산업기술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분야인 제조업 업황이 어려워지자 산업기술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돌파구를 미래 산업 육성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성 장관은 신년사에서 “2018년 말 발표한 ‘제조업 혁신전략’과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 제고방안’, ‘조선산업 활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겠다”며 “수소경제, 에너지신산업, 항공, 로봇산업, 알키미스트(Alchemist) 프로젝트 등 청년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미래 신산업에 과감히 도전하는 그 담대한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