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과 SK가스가 가스화학 분야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30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에 짓고 있는 에탄 분해설비(ECC)와 에틸렌글리콜(EG) 생산설비가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 사업다각화 길을 가스화학에서 찾아

▲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왼쪽)과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


롯데케미칼의 에탄 분해설비는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분해해서 100만 톤의 에틸렌을 만드는 시설이다.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는 에탄 분해설비에서 생산한 에틸렌을 활용해 70만 톤의 에틸렌글리콜을 만드는 시설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 분해설비는 2019년 2월 100% 상업가동을 시작하고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는 2019년 1월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롯데케미칼의 에탄 분해설비와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는 연 매출 8천억 원에서 1조 원, 영업이익률 15~20%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 2018년 영업이익의 10%가량에 이르는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에탄 분해설비와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를 통해 단순한 수익 증대를 넘어 화학사업의 원재료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에틸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데 2018년 원유 가격이 불안정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 4분기 원유 가격은 큰 하락세를 보였다. 10월3일 배럴당 76.4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고점을 찍었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직전 거래일인 28일 45.33달러에 거래돼 40.7%의 낙폭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떨어진 원유 가격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롯데케미칼의 원재료 다각화 전략은 수익성을 안정화시키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미국에서 롯데케미칼뿐만 아니라 셰일가스를 활용한 다른 에탄 분해설비들이 가동을 앞두고 있어서 에틸렌 계열 제품의 과잉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약세 우려를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으로 이미 해소했다.

노 연구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에틸렌글리콜의 3분의1씩을 각각 미주 지역, 유럽 지역, 아시아 및 기타 지역으로 나누어 판매하는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SK가스는 LPG(액화석유가스)를 유통하는 회사지만 최근 가스화학사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3일 글로벌 건설 외신 컨스트럭션위크온라인(Construction Week Online)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화학회사 APC가 SK건설과 4천억 원가량의 EPC계약(설계, 조달, 시공을 한 사업자가 전부 도맡아 진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SK가스의 화학자회사 SK어드밴스드가 6월 화학회사 폴리미래와 손잡고 5천억 원을 들여 울산에 생산량 40만 톤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제조공장을 짓기로 한 프로젝트다. SK가스는 2019년 1월 착공해 2021년 상반기 안에 상업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국제유가의 변동으로 LP가스 가격도 불안정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공시하는 아시아지역 LP가스 가격은 11월과 12월 2개월 동안 33% 떨어졌다.

SK어드밴스드가 짓는 폴리프로필렌 제조공장은 LP가스 유통에서 불안정한 SK가스의 수익구조를 안정화하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리프로필렌은 공급 과잉 우려가 크지 않은 편”이라며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경량화 소재로 사용범위가 늘어나 장기적 성장 전망이 우수하다”고 내다봤다.

SK어드밴스드는 이미 울산에 LP가스를 이용해 폴리프로필렌의 원료 프로필렌을 60만 톤 생산하는 탈수소화(PDH)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원재료 공급도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SK가스로부터 LP가스를 직도입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높다.

SK어드밴스드는 2015년 6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6년 영업이익 666억 원, 2017년 740억 원을 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5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은데다 연 영업이익 1천억 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법 평가방식을 감안하면 SK가스가 올해 3분기까지 낸 누적 영업이익 712억 원의 절반 이상이 SK어드밴스드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SK어드밴스드는 2014년 9월 SK가스와 APC, 쿠웨이트의 국영 석유화학회사 KPC의 자회사 PIC가 함께 만든 3자 합작회사로 SK가스가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